재의요구안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날 오전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한 총리는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경찰에서 500명이 넘는 인원으로 특별수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했으며 국회 국정조사도 성실히 임했다”며 진상규명 노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법안에 따르면 특조위는 법원의 영장 없는 동행명령과 단순 자료제출 요구 거부에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11명의 특조위원 구성은 여당(4명), 야당(4명), 국회의장(3명)이 추천하게 돼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향후 2년간 특조위 인건비로 96억원이 소요될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국무회의가 열리는 시간 윤 대통령은 판교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 참석했고, 이날 오후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별도의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이날 거부권 행사와 동시에 이태원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종합 지원 대책을 발표하며 거부권의 파장을 최소화하려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법안의 위헌적 내용이 문제일 뿐,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의지”라고 말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국무회의 직후 피해지원 종합대책 브리핑을 통해 ▶총리실 산하 10·29 참사 피해지원 위원회 설치 ▶민·형사 확정판결 전 조기 배상 ▶영구 추모시설 건립 ▶지원금 확대 등의 대책을 공개했다. 방 실장은 “정부는 일관되게 정쟁 대신 실질을 지향해 왔다. 그것이 변치 않은 충심”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당일 112신고 녹취록 전문을 국민께 낱낱이 공개하라고 지시한 것이 바로 윤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중진 의원도 “수백억 원의 예산을 쓴 세월호 특조위가 새로 밝혀낸 것은 무엇이 있었느냐”며 “이태원 참사 특조위도 야당 운동권 인사들의 일자리 특별법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4월 총선이 임박한 시기에 재표결에 부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최소 2월 말쯤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재의요구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법률로 공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