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김병기 ‘필향만리’] 非公事, 未嘗至於偃之室(비공사, 미상지어언지실)

중앙일보

입력 2024.01.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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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제자 자유(子游, 본명 언偃)가 무성(武城)의 읍재(邑宰)가 되었을 때, 공자가 “인물을 얻었느냐?”하고 물었다. 자유는 “‘담대멸명’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지름길로 가지 않고, 공적인 일이 아니면 저 언(偃)의 집무실에 온 적이 없습니다”라고 답하였다. 조급하지 않아야 지름길을 안 가고, 아부하지 않는 사람이라야 사적인 방문을 안 한다. 자유는 담대멸명을 그런 인물로 여겼기에 공자에게 서슴없이 소개한 것이다.
 

嘗: 일찍이 상, 偃: 누눌 언. 공적인 일이 아니면, 저 언(偃)의 집무실에 온 적이 없습니다. 31x69㎝.

지름길을 택하지 않기도 어렵지만, 권력자를 향해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는 아부와 청탁이 상례인 세상에서 사적 방문을 안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사적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부정청탁의 대가인 뇌물은 상습적으로 받다보면 나중에는 무엇을 얼마나 받았는지 짐작조차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당나라 때 원재(元載)라는 사람은 뇌물로 받은 후추가 800섬이나 되었다고 한다. 후추 800섬을 어느 세월에 다 먹으려했던 것인지 참 우매한 인간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총선을 앞둔 지금, ‘사적 방문’을 일삼는 사람부터 과감하게 솎아내는 ‘윗선’의 청렴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이다. 받지 않으면 오히려 두려워서 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게 뇌물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