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중대재해법 관련 비공개 회동을 가졌지만, 합의에 이르는 데엔 실패했다. 같은 날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확대 적용 유예를 담은 개정안은 상정되지도 못했다. 여야는 25일 본회의 전까지 협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마지막 기차를 떠나보냈다는 평가다.
기업 83만곳, 근로자 800만명이 영향권
중대재해법은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이다. 2022년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됐고, 2년 유예를 거쳐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50억원 미만) 중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정부·여당과 경영계에선 2년 더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
실제로 상시근로자가 5명 이상이라면 흔히 생각되는 제조업·건설업뿐 아니라 동네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일지라도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지, 정확히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중소 사업장 1053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94%가 ‘중대재해법 적용 준비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지금 이 순간 영세 자영업자인 동네 개인사업주, 소액 건설현장에서 대기업도 어려워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안전 인력·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종사자 수 기준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과 달리, 건설금액 기준은 하한선이 없어 사실상 전국 모든 소규모 공사장까지 처벌 대상에 들어간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건설기업의 99%가 넘는 중소 건설기업은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워 범법자가 양산되고, 기업의 존립은 물론 소속 종사자의 생계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예기간 3년간 정부는 뭐했나” 지적도
하지만 중대재해법이 2021년 1월에 제정된 이후 약 3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정부가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중대재해법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지만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했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의 실정에 맞도록 실효성 있게 안전보건 의무를 고쳤어야 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고용부가 경제단체의 호소만을 대변하고 있는 상황을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중대재해법 시행의 발단이 된 고(故) 김용균씨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도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죽음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는데 이번에 또 유예하게 되면 법 취지가 무색해질 게 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