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는 이재명 대표 비서실에 근무하는 정무직 당직자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캠프 온라인 조직에 있었고, 전당대회 이후 당에 합류했다. 박씨는 플래카드가 본인에게 배송된 경위에 대해 “택배가 잘못 와서 폐기했을 뿐 저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남영희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 박진영 전 당 상근부대변인, 조상호 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등 친명계 인사가 지난해 5월 발족한 혁신행동은 그간 당내 비명계 공세에 앞장서 ‘친명 홍위병’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출범 직후 박광온 전 원내대표와 송갑석 전 최고위원(지난해 6월 18일), 홍기원 의원(6월 24일) 등 비명계 의원을 실명으로 저격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원칙과 상식' 소속이었던 윤영찬 의원이 민주당에 잔류하자, 이후 혁신행동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를 타깃 삼았다. 혁신행동은 윤 의원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고민정·윤건영 의원을 실명 비판했고, 임종석·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검찰총장 발탁 관련) 제대로 된 설명도 해명도 없이 출마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1일엔 기동민·윤건영 의원을 콕 집어 “현역 운동권은 (공천) 프리패스냐”라고도 했다.
이처럼 이 대표와 가까운 이들이 혁신행동을 주도하자 비명계에선 “이 대표의 묵인 속에 비명계를 저격하는 것 아니겠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이 대표 측은 “선거마다 현역은 신인의 도전을 받고, 출마는 개인의 정치적인 선택으로 말릴 방법이 없다”고 선을 그어 왔다.
하지만 이날 당대표실 관계자 앞으로 비명계 의원의 제명·출당을 요구하는 혁신행동의 플래카드가 배송된 사실이 알려지자, 비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 초선 의원은 “공천을 앞두고 당의 공식 라인이 아닌 비선 조직이 움직이고, 당대표실이 이를 돕고 있는 정황이 발견됐으니 누가 이 대표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대표 비서실 측은 “(박씨가 속한)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와 혁신행동이 같은 업체에 플래카드 제작을 맡겨 일어난 해프닝”이라며 “혁신행동은 원외 인사 모임으로 당대표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