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시장은 약 29조원인데, 5년 안에 52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의 절반 이상이 데이터센터의 인공지능(AI) 서비스 등 AI 관련 용도다. 메모리 시장에 비하면 아직 작지만, 기술주도형 제품이라는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붐이 일고 있지만, GPU가 아니라 NPU(신경망처리장치)에 가깝다. NPU는 신경망을 모사한 학습·추론 기능을 처리하는 장치인데, GPU보다 AI에 필요한 특정 기능에 특화된 반도체다.
‘국내 개발 인공지능 반도체, 엔비디아 GPU 대비 더 빠른 추론 기능 달성’이라는 식의 뉴스를 종종 본다. 마치 NPU가 GPU를 대체할 것 같지만, 테슬라의 자율운행제어의 FSD 칩에 CPU·GPU·NPU 기능이 모두 들어있는 것만 봐도, 범용성이 낮아지는 순서(CPU>GPU>NPU)대로 시장 규모가 정해지는 상황은 앞으로도 크게 변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선도기업들의 기술경쟁 상황을 보면 CPU·GPU의 시장판도에도 당분간 변동이 없을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개발전략·전망 보고서를 보면, 낙관적인 전망으로 GPU를 포함한 전체 시장을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목표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인력수급이나 개발지원 전략 측면에서 착시현상이 우려된다. 시장 규모나 기술경쟁 추세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노릴만한 인공지능 반도체시장(주로 NPU 시장)은 초기 수준이고 제품개발 타깃이 특정 응용분야이니, 소규모 틈새시장을 목표로 삼는 게 현실적이다.
우리나라 팹리스 산업은 아직 세계시장 1% 내외의 벽에 막힌 상황이다. 지나친 장밋빛 전망에 따른 전방위적 지원을 피하고 냉철한 현실판단에 근거해 NPU 같은 틈새시장부터 착실하게 확보해나가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