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돌아왔다!"
파티는 주도(州都) 디모인의 아이오와 이벤트센터의 대형 홀에서 열렸다. 입구에선 번쩍이는 성조기 재킷을 입은 금발 여성들이 초청자를 확인했고, 어린 자녀까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맞춰 쓰고 온 가족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미 대선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아이오와 코커스는 트럼프의 압승(득표율 51%)으로 끝나며, 그의 위세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이 중 20여 년 전 아이오와로 이사 온 군인 가족 레슬리 커틴, 선거 운동원인 '코커스 캡틴'으로 자원한 브레드 보스테드, 코커스 기간 내내 트럼프 지지 동영상을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는 브랜든 딜리 등을 심층 인터뷰했다. 잇단 '사법 리스크'에도, 동맹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우려에도 어째서 트럼프를 향한 지지자들의 충성도는 그대로인지, 이들과 대화에서 답을 엿볼 수 있었다.
"이미 부자인 트럼프, 그래서 신뢰"
커틴 역시 헤일리 후보를 "군산복합체의 친구"라며 "낙태나 국경 문제에 똑 부러진 입장이 없는 어중간한(wishy-washy)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아이오와 공화당원들 사이엔 기존 미국 정치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었다. 트럼프가 처음 대선에 출마한 2016년만 해도 아이오와에서 트럼프의 가치관에 동의한다는 공화당원은 5%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코커스를 앞두고는 43%나 됐다. 이런 현상은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이를 두고 NBC방송은 "트럼프가 더는 공화당의 납치범이 아니라 공화당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정치분석가 척 토드는 "트럼프의 당이 된 공화당에서 누군가 내부 개혁을 시도한다면 차라리 새로운 보수당을 만드는 게 나을 것"이라고까지 분석했다.
"외교는 트럼프가 잘해"
그는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발생한 이유가 "전 세계가 바이든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트럼프였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허용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트럼프 축하파티에서 만난 딜리는 "트럼프 당선이 한국에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인들에게 이익이 되고, 그래야 전 세계에 이익이 되고 지구에도 평화가 온다는 논리였다.
아이오와 인구에서 이민자 비율은 5% 정도다. 전국 평균이 14% 정도니까 상당히 이민자가 적은 편이다. 그나마 이 지역으로 오는 이민자의 절반은 백인이다.
그런데도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아이오와 코커스 참가자 10명 중 4명은 '이민자'를 미국의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꼽았다. 남부 국경 장벽 설치를 지지하는 이들도 10명 중 9명이나 됐다.
아이오와에서 이럴 정도니 '이민자 때리기'는 앞으로 전국 경선에서 가장 효과적일 수 있는 카드다. 트럼프가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헤일리 후보를 굳이 '니키 님라다 헤일리'라고 적으며 인도계 이민자 출신임을 부각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재판 받는 모습에 더 충성"
지난 17일, 경선 유세로 한창 바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남부연방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법정에 출석할 의무가 없는데도 굳이 나와 소란을 일으키다 판사로부터 퇴정 경고까지 받았다. 재판 후엔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것이 조작"이라고 항변했다. 오히려 '사법리스크'를 활용해 앞으로 선거 전까지 법정을 유세장으로 삼을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