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철강 중심이었던 빌바오는 급속하게 쇠락하는 도시를 재생시키기 위해 대담한 모험을 선택했다. 빌바오시가 인프라와 건설비용을 전담하고, 뉴욕의 구겐하임 재단이 브랜드와 컬렉션을 제공해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이 탄생했다. 세상에 없는 특이한 건축물로 관광객을 유치해 도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려 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개관 3년간 400만의 국제 관광객이 몰렸고 5억 유로의 경제 창출과 1억 유로의 세수가 증대했다.
이른바 ‘빌바오 효과’ 또는 ‘구겐하임 효과’는 전 세계 도시들에 구원의 성공사례가 되었다. 또 하나의 빌바오 효과를 꿈꾸며 랜드마크 짓기와 문화 브랜드 유치에 앞다투었다. 퐁피두 메츠, 던디 V&A, 아부다비 루브르 등 새로운 문화제국주의 양상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예술-과학 도시의 야심을 펼친 발렌시아는 7억 유로의 빚에 시달리고 베를린 등지에 진출했던 또 다른 구겐하임은 폐관했다. 오래 피는 꽃은 드물지만 피지도 못하고 시드는 꽃은 흔하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