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이런 ‘알짜카드’를 속속 정리한 데에는 고금리 장기화로 자금조달비용이 늘어난 영향이 있다. 카드사가 자금을 조달하는 여신전문회사채(여전채) 금리는 3% 후반대를 나타내고 있다. 2022년 초 2% 초·중반대를 나타내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리스크 관리비용도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신용카드 연체총액은 2조원을 넘어서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알짜카드 단종 소식에 ‘알뜰족’ 소비자들은 이른바 ‘무(無)조건 카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월 실적 조건 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할인·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예컨대 BC바로카드 ‘GOAT’는 실적 조건 없이 국내 결제와 국외 결제 각각 최대 1.5%·3%씩 적립해 준다. 신한카드 ‘딥 드림’, 롯데카드 ‘로카 라이킷 1.2’, 삼성카드 '아이디 올', 우리카드 ‘카드의 정석 에브리원’, KB국민카드 ‘위시올’ 등도 고물가로 인해 전월 실적을 채우는 게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끈다.
김민권 BC카드 카드사업본부장은 “연회비를 낮추고 복잡한 카드 사용금액 조건을 줄이는 식으로, 상대적으로 카드 사용이 적은 소비자도 높은 적립률 혜택을 보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이런 ‘무실적’ 카드 검색량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44% 증가했다. 고승훈 카드고릴라 대표는 “올해 역시 고금리, 고물가가 예상되는 만큼 생활 패턴에 맞는 생활비 알짜카드와 무조건 카드의 조합이 인기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