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50분 국회에 나와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이 대표는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생각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살자고, 살리자고 하는 일인데 정치가 오히려 죽음의 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를 제거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내가 모든 것을 다 가지겠다는 생각 때문에 정치가 전쟁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권력에 대한 심판 선거”라고 규정한 그는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저를) 법으로도 죽여 보고, 펜으로도 죽여 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 하지만 절대 죽지 않는다”며 “최선의 노력으로 통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한, 혁신적인 공천을 통해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앞엔 미뤄둔 난제가 수두룩하다. 당의 추가 분열을 막는 게 급선무다. 이 대표가 자리를 비운 동안 이낙연 전 대표(11일)와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10일)이 탈당했다. 최고위 직후 열린 영입 인재 환영식에서 그는 “참 안타깝게도 이낙연 전 총리께서 당을 떠나셨고, 몇 의원들께서도 탈당했다”며 “통합과 단합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 최선을 다했지만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당장 현역 추가 탈당은 없을 것”(중진 의원)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공천이 본격화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설 전에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20%에게 결과가 통보될 것”(당 지도부 인사)이란 말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이미 공직후보자 검증 결과부터 시끄럽다. 이날 이 대표는 성희롱 파문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친명계 현근택 변호사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최근 친명을 자처하는 인사들이 비명계 지역구에 도전하는 ‘자객공천’ 논란에 대해선 “아직 공천한 게 없다. 경선한 걸 가지고 그러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개인 신상을 둘러싼 상황도 복잡하다.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천 계양을을 찾아 이 지역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손을 맞잡았다. 이 대표 측은 “전혀 위기감이 없다”지만, 대선 잠룡인 원 전 장관이 지역구에서 이 대표와 맞상대하면 ‘정권 심판’이라는 선거 프레임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에선 “비례대표 출마는 자기 목숨을 지키기란 비판에, 지역구 출마는 전국 선거 지휘 부재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출마 방식은 선거제 개편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한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출마 여부 및 출마 방식은 가장 마지막에 결정될 문제”라고 말했다. 사법리스크도 현재진행형이다. 당 대표실은 이 대표가 19일 열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습 후 미뤄졌던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혐의 재판도 오는 23일로 예정돼 있다.
이 대표가 흉기 피습을 여권의 살해 시도인 것처럼 표현한 대목은 한 비대위원장을 바로 자극했다. 그는 “그 정도면 망상”이라며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걸 정치적으로 무리하게 해석하는 건 평소 이 대표다운 말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