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외곽의 테스(TES) 공장. 외관은 평범한 건물이었으나 내부에 들어서니 약 3700㎡ (약 1120평) 공간에 유명 제조사의 고가 노트북 컴퓨터와 데이터 서버들이 1미터(m) 가량 높이로 벽돌처럼 쌓여 있었고 기기에는 바코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공장 한쪽의 파쇄기에 하드 디스크와 메모리 장치 수백 개가 투입되자, 소음과 함께 잘게 쪼개져 산산조각 났다. 금속 조각들은 다시 수거돼 어디론가 향했다. 이곳 운영을 맡은 미첼 룬코 디렉터는 “여기서 다시 알루미늄과 철 같은 금속 재료들을 추출한다”라고 말했다.
도시 한복판에서 ‘심 봤다’
기기를 맡긴 고객은 바코드를 통해 자신의 기기가 어느 단계에 있고 데이터 삭제는 완벽하게 됐는지 등을 추적할 수 있다. 회사는 부품과 원자재를 알뜰하게 수거해 거둔 이익을 고객사와 나눈다. 이곳에서 만난 오종훈 테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보안 요건 때문에 고객사들을 밝힐 수는 없지만, 미국 주요 전자기기 제조사와 글로벌 서버 업체들이 우리에게 ‘뒷일’을 맡긴다”라고 말했다.
전기차 폐배터리서 리튬 캔다
SK에코플랜트의 테스 인수는 그 너머도 내다봤다. 전기차 폐배터리 사업이다. 현재 가동되는 전기차의 수명이 다하면 폐배터리가 다량 발생하는데, 기술만 있다면 리튬·망간·코발트·니켈 같은 광물을 뽑아낼 수 있어서다. SNE리서치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30년 539억 달러(약 70조원), 2040년 1741억 달러(약 22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봤다.
SK에코플랜트는 배터리에서 용매 추출 방식으로 니켈·코발트·리튬을 순도 99.9%로 총량의 90% 이상 회수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여기에 테스 인수로 ‘수거-리사이클링-희소금속 추출-재생산’의 전체 공급망을 완성하게 된 것. 오종훈 CSO는 “2027년까지 아시아·유럽·북미 3개 대륙에 테스 시설을 준공해, 전기차 2만5000대 분량의 양극재(배터리 핵심 소재) 분말을 처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배터리 요충지 네바다, 주 정부와 협력
지난 14일에는 조 롬바르도 네바다주 주지사가 TES 라스베이거스 공장을 방문, 시설을 둘러보고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네바다 주는 2030년 전력 생산량의 50%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목표다. SK에코플랜트는 해상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과 EPC(설계·조달·시공) 역량, 그린 수소 생산까지 갖춰 최적의 파트너인 셈. SK에코플랜트는 459MW(메가와트) 규모의 텍사스 콘초 태양광 사업과 캐나다 뉴지오호닉 그린수소 프로젝트 등에 참여 중이다.
박경일 사장은 “미국 네바다 주의 전기차·배터리 산업과 넷제로(탄소중립) 목표는 SK에코플랜트의 환경·에너지 사업과 맥을 같이 하는 만큼, 새로운 사업 기회를 함께 모색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