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는 12일 전상범 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1979년생인 전 전 부장판사는 2008년 임용 후 서울중앙지법·창원지법·전주지법 군산지원 등을 거치면서 15년간 판사로 근무했다. 지난달 15일 사표를 낸 전 전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사표 수리 후 이틀만에 국민의힘에 인재영입 방식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인재영입위원인 조정훈 의원은 법복을 벗자마자 곧장 정치권을 향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 “사직서 처리가 끝나기 전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싶은 의사를 존중해서 오늘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11일 사표가 수리된 심재현 전 광주지법 목포지원 부장판사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광주 지역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성윤 연구위원은 2019년 6월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오는 25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신성식 연구위원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6∼7월 당시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기자의 대화 녹취록 내용이라며 KBS 기자에게 허위사실을 알린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이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채 총선 출마에 나서는 것도 논란거리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비위와 관련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퇴직이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명 ‘황운하 판례’가 새로운 선례를 남겼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대전경찰청장 시절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고발된 상태에서 2020년 총선 출마를 강행했다. 사직서가 처리되지 않은 현직 경찰 신분으로 선거에 임했는데 당선까지 된 것이다. 이와 관련 2021년 4월 대법원은 “공직 사퇴 기한 내에 사직서를 냈다면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더라도 출마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사직서만 내면 사표 수리와 무관하게 출마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반면에 “뼛속까지 창원 사람”이라는 문자를 보냈다가 감찰받은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는 지난 6일 출판 기념회를 강행하며 국민의힘 소속으로 경남 창원 의창구 예비후보 등록까지 마쳤다. 김 검사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고향 동문에게 “기대와 성원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지역사회에 큰 희망과 목표를 드리는 사람이 되겠다”라는 문자가 공개돼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으로 감찰을 받았다. 김 검사는 지난달 28일 ‘검사장 경고’ 조치를 받자마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김 검사가 곧장 총선 출마를 위한 출판기념회를 예고하는 글을 SNS에 올리자 대검은 사직서를 반려하고 다시 감찰에 돌입했다. 대검은 12일 김 검사에 대해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행위를 확인한 즉시 신속하게 감찰을 실시해 법무부에 중징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경찰 출신 중에서는 지난 10일 사직한 이상률 전 경남경찰청장과 한상철 전 양산경찰서장이 각각 고향인 경남 김해을과 경남 양산갑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회의)’에 참석했다가 좌천된 이지은 전 총경은 지난 5일 퇴임사에서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며 정치 입문을 시사했다. 이 전 총경은 민주당 인재영입 대상으로 거론된다. 민주당은 앞서 총경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전 총경을 인재영입 3호로 영입했었다.
사직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출마 선언이 이어지자 법조계에선 우려가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현직에 있을 때 과연 수사와 재판을 공정하게 했을지, 국민이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사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입당해 공천받는 건 정상이 아니다”며 “정치적 중립 의무가 더 강조되는 수사 기관과 법원 출신에 대해서는 선거일로부터 90일 전이 아니라 최소 1년 전에 사퇴해 정치권의 공천 약속을 기대할 수 없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