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레이스와 함께 거대 양당은 노출된 약점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국민의힘은 “검찰공화국”이라는 지적을, 더불어민주당은 “86 운동권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과감하게 극복해야 총선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맹공하는 포인트는 ‘검찰당’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0일 현재 국민의힘에서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친 검사 출신은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충북 청주상당), 노승권 전 대구지검장(대구 중·남), 김진모 전 서울남부지검장(충북 청주서원) 등 16명에 달한다.
민주당은 “이 정도면 고려시대 무신정권이 떠오른다”(지난 8일, 박성준 대변인)고 직격하고 있다. 중앙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달 28~29일)에서도 검찰공화국에 ‘공감한다’는 답변이 58%로, ‘공감하지 않는다’(37%)를 앞섰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가 다양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검사 집단이 대다수를 형성한다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의 약한 고리는 ‘86(80년대학번·60년대생) 운동권’이다. 한동훈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취임사에서 “386이 486, 586, 686이 되도록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권력 특권층이 된 80년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을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52%)는 답변이 ‘공감하지 않는다’(38%)보다 월등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제3지대 신당 움직임에서 ‘기득권 타파’가 나오는 건 양당의 이런 구조 때문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586 기득권 청산을 하려면 586보다 나은 사람들이 해야 소구력이 생긴다. 그런데 ‘586이 정말 싫어, 그러니 검사들이 해’ 이건 아니다”라고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86 운동권은 기존 기득권 세력이기 때문에 심판론이 커지고 있고, 검찰은 새로운 기득권 그룹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심판론에 불이 붙고 있다”며 “이를 잠재우려면 민생을 위해 무엇을 할 건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단순히 운동권, 검찰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적 청산을 하는 것도 획일적”(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교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총선 구도 두고 신경전 치열한 여야
여야가 21대 총선 구도를 두고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피며 ‘윤석열 vs 이재명’ 구도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앞세워 ‘한동훈 vs 이재명’ 구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취임 후 국회로 처음 출근하며 “민주당은 왜 검사 사칭한 분을 절대 존엄으로 모시느냐”라고 했다. 이 대표가 본인의 카운터파트임을 피력한 것이다.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은 10일 통화에서 “법조인인 한 위원장과 피의자 신분인 이 대표를 나란히 두면 국민이 체감하는 이미지가 다를 것”이라며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는 청렴한 새 인물을 원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검사 출신인 만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공격하는 데 최적화된 인물이란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한동훈 무시 전략’에 열중하고 있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다음 스텝이 대권인 한동훈은 계속해서 이재명과 대결 구도를 만들 것”이라며 “말려들지 않고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총선까지 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한 위원장이 ‘검사 사칭’을 거론한 날, 한 행사장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변조차 안 했다. 이 대표는 한 위원장 등장 이후 존재감이 덜 부각되는 듯했으나, 지난 2일 피습 사건으로 주목도를 확보하면서 동시에 각종 재판도 미뤄지면서 재판리스크도 일정부분 해소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본인의 사법리스크 및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등 당내 사법 문제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 당내에서는 친명계에 대한 사천(私薦) 의구심도 팽배하다. 10일 병원을 퇴원하면서 파괴력있는 메시지를 내지 못한 채 전날 정성호 의원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노출로 '현근택은요?'라는 게 첫 일성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총선 국면이 자칫 불리하게 흘러가게 되면 이 대표도 큰 결단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