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직원 숙소용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갱신요구가 가능하지만, 대표가 쓰려고 체결한 계약이라면 갱신요구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지난 2019년 12월, 경기도 양평에 본점을 둔 중소기업 A회사의 대표 김모씨는 부동산을 업으로 하는 B회사가 가진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를 보증금 2억원에 매달 1500만원을 주고 2년간 쓰기로 계약했다. 법인 명의로 계약하고, 본인이 가서 살았다. 약속한 2년이 다 되기 석 달 전, B회사는 어차피 그쪽은 계약갱신청구권이 없다며 계약기간이 끝나면 나가달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김씨는 법인 명의로 계약갱신을 요구하며 나가지 않았다. 이에 B회사가 A회사를 상대로 퇴거 소송을 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국민’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 ‘법인’은 원칙적으로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직원’ 숙소용으로 쓰는 경우라면 예외로 하도록 2013년에 법을 바꿨다. 영세한 중소기업이 복지 차원에서 소속 직원의 주거안정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표이사도 직원이라 할 수 있을지, 본사와 떨어진 곳의 고가 아파트를 대표가 신혼집으로 쓰는 것까지 보장해줘야 하는지는 이 사건에서 논란이 됐다.
‘대표도 직원인가’ 논란…법원 결론은 “NO”
B회사의 청구대로 김씨가 아파트에서 나가야 한다는 판결은 지난달 14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말하는 ‘소속 직원의 주거용’에서 직원의 범위에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는 제외한다”며 A회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다만 대법원은 직원이냐 아니냐만 중요할 뿐, 2심에서 꾸짖었던 업무관련성·임대료 액수·지리적 근접성은 상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