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즈그룹은 부유한 개인 투자자와 기업의 자금을 모아 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중소기업이나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빌려주는 신탁산업, 이른바 그림자 금융을 해왔다. 부동산 경기 호조에 힘입어 한때 자산 규모가 1400억 달러(약 184조원)를 넘어 서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2020년 하반기부터 엄격한 규제에 나서면서 그림자 금융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즈그룹의 위기가 불거진 건 지난해 8월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다. 그룹 산하 부동산 신탁회사인 중룽신탁이 3500억 위안(약 64조원) 규모의 만기 상품 상환을 연기했는데, 비구이위안 등에 투자한 게 유동성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즈그룹 파산으로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 다만 채권자 대부분이 금융회사가 아니라 고액 자산가들이라 금융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진 않을 거란 관측도 있다.
향후 그림자 금융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3조 달러(약 4000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프랑스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금융당국은 연쇄 부실이 나올 수 있는 금융 구조를 감독할 책임이 있다”며 “그림자 금융이나 순환출자를 통한 ‘금융 문어발’ 모델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system)=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당국의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비(非)제도권 금융기업이나 상품을 말한다. 대출자와 중개인 등 참여자들은 고수익·고위험 채권을 사고팔며 유동성을 창출하지만, 투자 구조가 복잡하고 손익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그림자’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