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현재 성 안에 갇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숨구멍은 존재한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방어 역시 만만치 않다.
[중앙일보 2024년 신년 여론조사]
새 '캐시카우' 암호 화폐에 뭉친 한·미·일
이에 한·미·일 3국 정상은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김정은 정권의 주요 외화벌이 창구로 떠오르고 있는 '사이버 범죄 차단'에 합의했다. 이는 외교·안보뿐 아니라 수사기관까지 망라하는 '정예군' 격인 '한·미·일 사이버 협력 실무그룹' 신설로 이어졌다. 관련 업계에 정보를 제공하고, 북한 암호화폐 흐름의 길목을 차단하는 게 목표다.
실제 미국의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북한 연계 해킹그룹이 탈취한 가상자산은 3억4040만 달러(약 445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도 자체 추산액인 16억5000만 달러(약 2조1573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러시아 '뒷문' 열자 '주홍글씨 효과'로 반격
이에 더해 북한이 노동자들을 러시아 극동 연해주 등지로 대거 투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재로 막히기 전 북한이 노동자 해외 송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는 한해 약 5억 달러(약 6537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극동 개발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숙원사업이라 상호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진다.
이에 한·미·일과 호주 등은 북한의 제재 회피를 관여하는 이들에 대한 연쇄적·중첩적인 제재를 내놓으며 반격에 나섰다. 이는 그 자체로 '주홍글씨'를 새기는 낙인 효과로 이어지며, 세컨더리 보이콧(제3국 개인이나 단체도 제재)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경고 발신이기도 하다.
북·러 관계의 근본적 한계도 있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북·러 간 거래는 기본적으로 당장의 필요 때문에 급조된 성격이 강하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하면 북한과의 거래는 버리는 카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제재에 '내성' 생겼다?
금융제재 전문가인 장형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2020년 말 기준으로 북한이 보유한 달러를 17억(약 2조 2219억원)~50억 달러(6조 5350억원)로 추산했다. 무역이 일부 재개되긴 했지만, 국경봉쇄 여파가 여전하기 때문에 지금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통상 학계에서 코로나19 이전 북한의 한 해 무역적자를 10억 달러 정도로 보는데, 결국 현재 보유하고 있는 외화는 몇 년밖에 담보하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익명을 원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제재 회피를 선택하는 순간부터 리스크와 비용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제재로 인해 투입하는 비용 대비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제재가 쌓일수록 북한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어떻게 진행했나
이번 조사는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2023년 12월 28~29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가상번호)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4.6%이며 2023년 11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셀가중)을 부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