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 반도 서쪽의 와지마(輪島)시 시내는 전날 오후 4시 10분 일어난 규모 7.6의 지진으로 폭격 당한 듯한 폐허로 변해 있었다.
일본 기상청은 전날 발생한 지진의 이름을 '레이와(令和)6년 노토반도 지진'으로 통일해 쓰기로 했다. 레이와는 일본식 연호로 '레이와6년'은 2024년이다.
편의점은 텅텅, 도로는 갈기갈기
전날 지진으로 고마쓰시도 진도 5강(强)의 직격탄을 맞았다. 공항 인근 주택가에선 "지진 피해를 당한 분은 신고해달라"는 내용의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택 붕괴 등의 큰 피해는 없었지만, 거리는 인적이 사라져 황량한 분위기였다. 고마쓰 시내 편의점은 물과 주먹밥 등을 파는 매대가 텅텅 비어 있었다. 신년 연휴에 갑자기 닥친 지진으로 먹을거리를 확보해두려는 주민들이 몰려든 때문이었다.
고마쓰 공항에서 차를 타고 노토 반도로 향했다. 국도는 곳곳이 지진으로 쩍쩍 갈라지거나 모퉁이가 무너져 내렸다. 아예 길이 통째로 사라져 통행이 불가능한 곳도 많았다. 평소라면 차로 3시간 정도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지만, 도로 곳곳이 통제돼 6시간이 넘게 걸렸다. 구급차와 소방차가 연이어 사이렌을 울리며 줄지어 도로를 질주했다.
노토 반도의 다른 지역에서도 산사태로 많은 주택과 건물이 쓰러졌고, 일부 목조 가옥은 기둥이 내려앉기도 했다. 와지마시에 있는 노토 공항을 오가는 도로가 막히면서 약 500명의 사람들이 공항 내에 갇혔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이시카와·도야마·니가타현 등에서 약 5만 7000명의 주민들이 집을 떠나 피난소에 머물고 있다.
우려했던 쓰나미 피해는 크지 않았다. 지진 발생 직후 일본 기상청은 최대 5m의 쓰나미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와지마시 해안에서 관측된 1.2m가 최대 높이였다. 기상청은 일본 동해 방향 해안가 전역에 내려졌던 쓰나미 경보를 2일 오전 1시 15분 주의보로 바꾸어 발령했다가 오전 10시에는 모든 쓰나미 주의보를 해제했다.
일본 육상자위대 1000여명이 1일 노토 반도로 들어가 본격적인 구조활동을 시작했으며, 2일부터 추가로 9000여 명이 파견될 예정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일 오전 총리관저에서 비상재해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자위대와 경찰, 소방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구조와 복구 작업을 서두르고 물자 지원과 기반 시설 복구 등 피해자 지원 대응을 강화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여진 150여회, "지진 계속될 듯"
동해와 면하고 있는 일본 혼슈 서쪽 지역은 역사적으로 대형 지진이 별로 없었던 곳이라 이번 지진의 충격이 더욱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노토 반도에서는 3년 전부터 지진 활동이 활발해져 지난 3년 간 진도1 이상 지진이 506회 발생했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지진이 계속 일어나는 경우 지진 에너지가 분산돼 강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나카지마 준이치(中島淳一) 도쿄공업대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일반적인 군발 지진에서는 규모 6을 넘는 지진이 드물다"며 "단층이 넓게 움직였다는 것인데, 솔직히 놀랐다"고 말했다.
이번 강진으로 큰 지각변동이 발생한 만큼 앞으로 지각의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토대 방재연구소의 니시무라 다쿠야(西村卓也) 교수는 이번 지진이 일본 동해 해안 측에서 일어난 지진 중 최대급에 가깝다면서 "이 지역은 단층이 복잡하게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가 움직이면 주위도 움직여 활동이 활발해지기 쉽다"며 이어지는 지진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발생한 호쿠리쿠(北陸) 지역에 3~4일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토사가 무너져 재해가 발생할 수 있어 엄중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지진 피해가 심한 이시카와 노토 지방에서는 2일 밤부터 비 소식이 있다고 현지 신문들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