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개발과 창작자 보호는 양립할 수 있을까. AI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에 대한 콘텐트 공급자들의 ‘권리 찾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무슨일이야
정부도 이 문제를 조율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7일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공개했다. 안내서는 AI개발사들이 학습용 데이터를 확보할 때 ‘저작권자에게 적절한 보상 등으로 적법한 이용 권한을 확보하라’고 권고했다.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보상 해야하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 없이 방향성만 제시했다.
이게 왜 중요해
◦ “저작권 보호하다 경쟁 뒤쳐지면?”: AI모델 개발사와 콘텐트 공급자 간 갈등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문제는 국내에선 이 갈등에 ‘저작권 보호하다 기술 개발 속도가 늦어지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명분이 추가된 것. 양측을 만족시킬 해법을 찾기 더욱 어려운 이유다. 국내 AI 개발사들은 “토종 AI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저작권에 구애받지 않는 데이터 학습을 주장하고 있다. 문체부 'AI 저작권 안내서'가 발표되자 국내 100여개 이상 AI 기업으로 구성된 초거대AI추진협의회는 '학습 데이터에 대해 적법한 권한을 확보할 것을 권고한다'는 문구를 안내서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들은 “방대한 데이터의 이용 목적과 기간, 대가 등을 건건이 협의·계약하게 되면 글로벌 경쟁에 뒤처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핵심 쟁점 뜯어보니
반면 저작권법 전문가들은 AI 기사 학습을 무조건 공정 이용으로 보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공정 이용 해당 여부는 비영리 목적인지, 본래 목적에 맞춰 최소한으로 저작물을 사용했는지, 사용 저작물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AI 모델 학습이 이 기준에 얼만큼 부합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인공지능법학회장인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는 “저작권법은 매우 명확한 권리"라며 "예를 들어 교과서에는 저작권자 허락을 안 받고 저작물을 쓸 수 있지만, 대신 보상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는 단체에 일괄적으로 정해진 요율의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라는 새로운 산업에 맞춰서 (기사 등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보상 기준을 책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는 어때
해외에서도 공정 이용 조항에 대한 해석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저작권을 침해하고 지식재산권(IP)을 도용했다"며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기사의 대량 텍스트를 전문 그대로 통째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공정 이용 대상이 아니다"라는게 NYT의 핵심 주장이다. NYT는 올 초부터 오픈AI 등과 콘텐트 대가 지불 계약 관련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렬되자 공격적으로 콘텐트 대가 '제 값 받기'에 나섰다.
반면 AI 개발사에 데이터를 제공하며 새로운 수익 창출에 나선 언론사도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폴리티코’ 등을 운영하는 대형 미디어 기업 ‘악셀스프링거’는 최근 오픈AI와 데이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악셀스프링거는 계열사 뉴스를 오픈AI에 학습용 데이터로 공급하게 된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악셀스프링거는 3년 계약을 통해 수천만 유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