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을 각각 수사할 특별검사 임명을 위한 법률안 2건을 표결에 부쳤다. 김건희 특검법 표결에는 야당 의원 180명만, 50억 클럽 특검법도 야당 의원 181명만 참여했다. 두 법안 모두 전원 찬성이었다.
표결 전 찬반 토론에서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을 흠집 내서 내년 총선에 이용하겠다는 의도”(박형수 의원)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찬성 토론이 시작하자 일제히 퇴장했다. 이들은 회의장 밖에서 “이재명의 방탄특검 입법폭주 중단하라” “총선용 민심 교란 국민은 분노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찬성 토론에서 “독립적 지위를 갖는 특별검사를 임명해 그 진상을 신속히 규명해야 한다”(송기헌 의원)고 맞섰다. 특검법 처리를 시작으로 민주당은 내년 총선까지 대대적 ‘김건희 공세’를 펼칠 태세다. 특검은 20일 준비기간을 거쳐 70일간 수사할 수 있다.
초유의 ‘영부인 특검법’…거야, 총선까지 ‘김건희 공세’예고
표결 직후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고, 대통령실은 이도운 홍보수석의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에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 통과 10분 만이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찬성표를 던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재의결이 힘들다.
그러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점은 대통령실의 부담이다. 국민일보-한국갤럽 조사(7~8일)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70%였다. ‘보수 텃밭’ 대구·경북에서도 ‘거부권 행사 반대’ 여론은 67%였다. 이에 대통령실이 적극 액션을 취하도록 지도부가 건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을 대통령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자진 신고하도록 지도부가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여론이 완화하면 그때 거부권을 행사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런 민감한 문제를 당에서 누가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겠느냐”며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뚜렷한 해법이 없는 탓에 당내에서는 “차라리 속전속결로 사태를 돌파하자”는 말도 나온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어떤 대책을 내놔도 특검법 국면에서는 백약이 무효할 것”이라며 “한 대 세게 맞더라도 속전속결로 이 국면을 끝내는 것이 총선 기간 내내 쥐어터지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현수막 제한법’ 뒤늦게 통과=28일 국회 본회의에선 정당 현수막을 읍·면·동별로 최대 2개씩만 걸도록 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면적이 100㎢가 넘는 읍·면·동에 한해 현수막 1개를 더 걸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민주당은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의 데드라인을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 9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