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전 검찰 수장 “자백 받기 위한 무리한 구속 관행 그쳐야” 선언…바뀐 게 없다
당시 조 전 직무대행이 공개 석상에서 밝힌 배경엔 2005~2014년 검찰 수사 도중에만 극단적 선택을 한 피의자가 90명(형사정책연구원)이라는 통계가 자리하고 있었다. 2019년 6월 법무부는 ▶불구속수사 원칙 ▶체포·구속 최소화 및 ▶피의자의 명예·사생활 보호를 위한 비공개 수사·출석요구 등의 내용을 담은 ‘인권보호수사규칙’까지 제정했다.
법조계, “수사기관이 여론에 편승” 비판
대검도 예규로 검찰 수사를 자체 인권보호관이 의무 점검하게 하도록 했다. 경찰청 역시 올해 3월부터 비슷한 내용의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을 제정·시행하고 있지만 검·경 수사 도중 피의자의 사망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14일 경찰 승진 및 사건 청탁 브로커 사건과 관련해 전직 치안감 김모(61)씨가 검찰이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직후 하남시 검단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게 대표적이다.
수사기관의 ‘구속수사 성과주의’는 피의자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모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수도권 지방법원의 B 부장판사는 “수사기관 입장에선 단순히 법적 쟁점이나 또는 절차 이외에 사회적 관심도 등을 고려를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구속영장 발부가 수사를 종결한다는 의미나 수사의 정당성 또는 성과를 확인받고자 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C 변호사는 “피의자에게 자백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구속영장 청구를 활용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알려진 큰 사건에서 무혐의 종결이 되면 국민은 수사 실패로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고 본다. 이런 인식에 수사기관이 편승하는 측면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유근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 수사기관은 물증보다 피의자의 자백 진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원인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구속을 시켜야 피의자가 입을 열 것이라는 기대감에 구속에 집착하는 것”이라며 “검사나 경찰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형사사법 절차가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출직 아닌 연예인, 포토라인 설만큼 공적인물인가 ”
그러나 과거 잘못을 답습해 피의자에 대한 과도한 심적 압박을 하는 강압적인 수사 관행은 이번 기회에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이선균씨 사례처럼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포토라인에 세우는 방식은 중단하고 비공개 수사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서울지방변호사협회장을 지낸 D 변호사는 “연예인이 선출직 정치인이거나 고위 공직자처럼 포토라인에 세울 정도의 공적 인물이냐”며 “특히 이씨의 경우 본인 의사에 반해 포토라인에 3번 연속 세운 건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약 범죄와 무관한 유흥업소 실장과 대화 녹음이 언론에 나간 것도 문제”라며 “공적 인물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서만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경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공식 브리핑은 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수사정보를 유출하는 것은 더 문제라고 하면서다.
형사정책연구원은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 보고서에서 “일본의 경우 검사와 경찰의 심층 면접 결과 극단적 선택을 할 우려가 있는 피조사자의 경우 신병 처리를 신속히 진행하거나, 귀가 조치 시에도 검찰 직원이 자택까지 동행하도록 한다”며 “가족에게 현재의 심리상태를 알리고 보호 및 주의를 당부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안성훈 박사는 “수사 기관이 피의자를 추궁하고 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하지만,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안전장치 마련도 의무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