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 자동차 회사의 러시아 대탈출 행렬이 이어졌다. 단돈 ‘2루블(약 40원)’.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가 지난해 5월 러시아 내 자회사를 러시아 정부에 매각한 가격이다. 르노는 러시아 시장 의존도가 높았다. 2014년 러시아 국영 자동차 업체인 아브토바즈를 인수한 뒤 러시아 시장에 집중했기에 상실감이 컸다. 이자 및 세금 비용을 제외하기 전 이익(EBITA) 기준 약 8%가 러시아에서 나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일본 자동차 기업 닛산도 항복했다. 지난해 10월 닛산은 러시아 국영자동차개발연구소(NAMI)에 러시아 법인과 생산시설을 팔았다. 단돈 1유로(1400원)로 르노보다 조금 비싼 가격이다.
푼돈이고 상징적인 가격인데 의미가 있을까
? 이달 현대차가 러시아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겪은 후 철수를 단행했다. 현지 수출은 물론 공장까지 멈춰 세운 지 상당 시간이 흐른 후에 선택한 고육지책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2공장 양산을 목전에 둔 상태라 안타까움이 컸다. 매각금액은 1만 루블(약 14만 5400원)로 르노나 닛산에 비해 많다. 현대차는 르노, 닛산처럼 매각 후 2년 내 되사올 수 있는 단서(바이백 옵션)를 달았다. 러-우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에 재진출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러시아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상당하다. 150만 대 승용차가 팔리고 상용 트럭과 버스를 포함하면 180만 대 수준이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가 사실상 철수한 상황에서 정치 제재가 가져온 경제적 반사 효과를 직시해 본다. 이들 업체가 철수한 자리를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러시아 자본과 결탁해 장악한 게 현실이다. 2022년 중국 자동차업체의 러시아시장 점유율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한 후에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러-우 전쟁 장기화가 중국 기업의 경쟁력만 키워줬다. 한 해가 저무는 시점에서 서글프기 짝이 없다. 입술의 터지는 쓴웃음은 정치경제학의 씁쓸함이겠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