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미국 경제도 전형적인 침체의 길을 걷는 듯했다. 3월 실리콘밸리와 시그니처 두 대형은행에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했을 때다. 대형은행의 뱅크런은 타 은행으로 전이돼 금융위기로 가는 것이 통상적이다. 보호 한도를 넘어서는 예금이 이탈해 은행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파산한 은행의 예금 지급에는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 정부가 예금을 무한정 보장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도 조 바이든 대통령은 비상수단을 통해 대형은행 예금을 전액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연준은 한술 더 떴다. 긴급 대출제도를 마련해 유동성 위기에 처한 은행에 자금을 지원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연준의 긴급 대출 금리는 4.85%에 불과했다. 은행이 연준에 예치한 준비금에 적용하는 이자율인 5.4%보다도 낮았다. 은행이 연준에서 대출을 받아 다시 연준에 예치하면 앉아서 0.55%의 이익을 보는 구조다. 연준은 그만큼 손실을 본다. 연준의 손실은 국고 손실로 이어진다. 부실은행의 수익성을 혈세로 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위적 개입으로 은행의 유동성 위기라는 큰 고비는 넘겼다. 금리 인상 후 경기 침체로 가는 길목을 지켜 경기 방어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로 인한 비용도 컸다. 도덕적 해이를 너무 조장했다. 고수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했다면 책임도 져야 한다. 도덕적 해이는 책임의식을 무디게 만들어 투기를 부추긴다. 거기에는 버블 붕괴라는 대가가 따른다. 억지로 만든 성장은 모래성과 같다. 이를 알기에 연준도 부랴부랴 금리 인하로 선회하겠다는 깜빡이를 켜야 했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교수·『Fed Signal』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