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16명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안건조정위(안조위)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국토위 국토법안심사 소위에서 논의가 길어지자 소위 심사를 건너뛰기 위한 우회로를 마련한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안조위를 거쳐 전체회의를 열고 여당이 반대하는 민주유공자법 제정안을 43분 만에 처리했다.
민주당은 27일 안조위에서 해당 안건을 의결한 뒤 국토위 전체회의에 올려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여당에서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피해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법안은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우선 지원한 뒤,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추후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이 특별법 개정에 불응한다면 민주당이 피해자 구제를 위해 책임 있는 조치를 다 하겠다”며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정부·여당은 형평성과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인다.
국회법상 안조위는 다수당인 민주당에서 3명,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를 포함한 나머지 정당에서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된다. 비교섭단체인 정의당 소속 심상정 의원이 해당 법안에 동의하는 상황이라 ‘4명 이상’이라는 의결 정족수는 채울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토위 소속이던 김병기 의원을 환노위로 보내고, 1952년생 이학영 의원을 국토위에 배치했다. 첫 안조위 회의를 진행하는 임시 위원장을 최고령 의원이 맡는 관례를 고려한 조치다.
다만, 전세사기특별법이 27일 국회 국토위를 통과하더라도 법제사법위원회 관문이 남아있다. 법사위 위원장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어서 본회의 직회부로 법사위를 건너뛰려면 최소 60일은 기다려야 한다. 민주유공자법과 보건복지위원회의 지역의사제·공공의대설립법 등 단독 강행 법안이 차곡차곡 쌓인 상황이라 당에서 “입법 폭주 역풍을 조심하자”는 우려가 나오는 게 변수다. 한 민주당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만, 원내에서 강제해 어쩔 수 없이 동의한 법안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