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지방자치단체에서 버스승강장에 바람막이를 세워둔다. 서울 여러 구의 바람막이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센스 만점인 명칭도 있다. 중요한 것은 주민을 따뜻하게 해주려는 마음이겠다.
추워질수록 바람막이보다 인기를 끄는 시설이 있다. 온열 의자다. 이 제품을 제조·설치하는 업체들은 대개 열선 대신 ‘나노탄소 면상발열체 기술’을 활용한다고 밝힌다. 온열 의자는 바람막이보다 더 전국적으로 들어섰다. 체육시설, 산책로, 공원 등에도 설치됐다.
지난여름에 필자가 앉아 봤다. 정말 차가워진다. 온열·냉각 의자를 공급하는 업체 중 한 곳의 관계자는 “펠티에 효과를 활용했다”고 확인해줬다. 이 효과는 다른 두 도체로 이루어진 회로에 직류를 흐르게 하면 한쪽 접합부는 가열되고 다른 쪽 접합부는 냉각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직류의 방향을 바꾸면 뜨거워졌던 접합부가 차가워지고, 가열됐던 접합부는 냉각된다. 온열·냉각 의자는 계절에 따라 직류의 방향이 바뀌면서 작동한다.
온열 의자가 약 250만원, 온열·냉각 의자는 약 270만원이다. 비용편익 효과를 염두에 두고 전기료 등을 알아보다 그만뒀다. 지자체들이 조형물이나 시설에 예산을 허비하는 숱한 사례에 비하면, 이만큼 민생과 통하는 행정이 있으랴.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