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이날 2024년도 세출예산안 증액 및 감액 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 9월 제출된 정부안에는 없거나 소액이었던 사업이 큰 폭으로 증액된 채 본회의를 통과했다. ‘상임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예결위 소소위’를 거치는 과정에서 여야 실세 의원이 지역구 사업비 증액을 요구하면 이를 순순히 반영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인 이철규 의원(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의 지역구에선 총 9개 사업에 걸쳐 58억9200만원이 증액됐다. 정부안에는 없던 ‘동해 묵호항 여객터미널 신축이전’(10억원), ‘태백 분뇨처리시설 개량사업’(11억3200만원) 등이 포함되면서다. 당 사무총장인 이만희 의원(경북 영천-청도) 지역구에서는 애초 58억8000만원의 사업비가 책정됐던 ‘영천 산단 진입도로 사업’이 25억원 늘어나는 등 총 6개 사업에 걸쳐 61억5400만원이 증액됐다. 김기현 전 대표(울산 남을) 지역구에서도 ‘울산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원’(37억5000만원) 등 4개 사업, 106억4200만원이 증액됐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은 ‘김천 양천~대항 국도 건설’에 10억원을, ‘문경~김천 철도건설’에 20억원을 증액하는 등 총 50억6900만원을 추가 배정받았다. 또 ‘원조 친윤’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 지역에서는 ‘지능형교통체계(ITS) 구축’ 사업 관련 예산 45억원이 새로 책정됐다.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의 ‘노후산업단지 개발 사업’은 정부 원안(384억원)보다 5억원의 예산이 더 늘었다. 당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 지역구에선 ‘태안 고남~창기 국도건설’에 100억원이 증액됐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대구 달서을) 역시 ‘달서구 임휴사개방형명상센터 건립’(1억5000만원) 등 3개 사업 6억5000만원을 증액했다.
이런 상황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국회 예결위원장으로 예산안 처리 전(全) 과정에 관여한 서삼석 민주당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은 ‘무안 현경~해제 국도건설’(10억원),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25억원) 사업 등 지역 예산 66억1500만원을 늘렸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인 이개호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은 ‘영광 추모공원 봉안당 신축’(9억9400만원) 등 9개 사업에서 45억7200만원을 증액했다.
홍익표 원내대표의 내년 총선 출마지인 서울 서초구에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리모델링’ 예산이 10억원 늘어났다. 친명계인 박찬대 최고위원(인천 연수갑) 지역구에서는 ‘연수구 지방보훈회관’(2억5000만원) 사업비가 새로 책정됐고, 예결위 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충남 아산을)은 ‘아산 둔포 원도심 연결도로 사업’(10억원) 등 35억8500만원을 새로 따냈다. 5선 중진인 변재일 의원(충북 청주 청원) 지역구에서는 정부안에는 없던 ‘청주국제공항 주기장 확충’ 사업에 100억원이 새로 배정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인천 계양을)는 ‘계양-강화고속도로건설’(1억원) 등 비교적 사업규모가 작은 사업 3건(총 7억800만원)에 대해서만 증액했다. 예산 심사 과정에서 동료 의원을 통해 요구했던 ‘인천 계양구 선주지동·둑실동 도로개설비’(18억8000만원)는 논란이 커지자 증액을 더는 요구하지 않았다.
한편 윤석열 정부 관련 사업은 야당의 적극적인 감액 요구가 상당수 반영됐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조사’ 사업의 경우 정부안은 854억400만원이었지만 이 중 61억원이 감액됐다. 현 정부 중점 과제 중 하나인 ‘국립북한인권센터 건립’ 사업은 정부안(103억9200만원)의 절반 수준인 57억6300억원이 감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