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화법이 정치권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 장관 특유의 화법과 공세적 답변 방식이 “기존의 여의도 화법과는 많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장관 본인도 지난달 21일 대전을 방문해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5000만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말하면서 탈(脫) 여의도 화법을 이미 선언했다
①받아치기 능한 ‘반문 화법’
이러한 한 장관의 화법은 일단 여권 지지층의 환호를 부르고 있다. 21대 국회 내내 거야(巨野)의 수적 공세와 야당 주요 스피커의 공격에 시달리던 여권으로선 이같은 화법으로 인한 분위기 전환을 반기는 모양새다. 상대적으로 임팩트가 작았던 김기현 전 대표 등 기존 국민의힘 지도부와 달리 “속시원하다”는 반응도 줄을 잇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실상 민주당에서 한동훈 하나를 당해낼 사람이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이런 반문 화법은 때론 논란을 부르기도 한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률에 합헌 결정을 내리자 민주당이 한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는데, 당시에도 한 장관은 “헌재 결과가 반대였다면 민주당 의원들은 다 사퇴할 생각이었냐”고 응수했다. 당시 이를 지켜본 여권 관계자는 “헌재 결정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법을 수호하는 법무부 장관이라면 굳이 그렇게 대응할 필요는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②野 예우없는 ‘공세적 화법’
이런 화법도 한 장관이 국회 출석 때마다 반복되곤 했다. 지난 9월 21대 국회 마지막 대정부질문 당시 한 장관의 태도를 지적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을 향해 “지역구 주민에게 욕설 문자를 보낸 사람이 여기서 가르치려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외려 공격을 가했다. 그러자 당시 본회의장 의석에 앉아있던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고성과 항의가 이어졌다. 한 장관은 지난달 24일엔 ‘암컷’ 발언으로 논란이 된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을 겨냥해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 이렇게 하는 게 국민들이 더 잘 이해하실 것 같다”고 직격했다가 한 장관 본인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런 공세적 화법에 대해서도 당내에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우리 당 핵심 지지자들은 ‘한 장관이 사이다 같다’고 좋아하긴 한다”면서도 “야당에 협조를 구하는 소수 여당 입장에선 한 장관이 거칠다고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③‘서초동 사투리’ 논란
‘여당 대표’ 등극을 앞둔 한 장관의 화법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 전반으로 번지자 20일 국회를 다시 찾은 한 장관은 전날과 달리 이례적으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기자들이 종일 따라붙으며 질문을 해도 “제가 어제(19일) 충분히 말씀드렸다”며 대답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