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18일 오전 8시24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를 향해 ICBM 한 발을 발사했다. 직각에 가까운 고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약 1000㎞를 비행한 후 동해에 떨어졌다. 합참은 이날 북한 ICBM의 비행시간과 최고 고도 등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일본 방위성은 오전 9시37분쯤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서쪽 약 250㎞ 동해상에 낙하(73분간 비행)했고, 최고 고도는 6000㎞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방위성은 또 탄두 무게에 따라 (정상 각도로 발사한다면) 사거리는 1만5000㎞ 이상으로 미국 전역이 사정권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2주기인 전날(17일) 밤 10시38분쯤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이 미사일은 약 570㎞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떨어졌다.
직후 북한은 국방성 담화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이번 ‘단거리+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의도가 담겨 있다. 국방성은 담화에서 한·미 NCG 2차 회의 결과에 대해 “노골적인 핵 대결 선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미는 이 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응해 내년 8월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자유의방패(UFS)’ 연습 때 처음으로 북한 핵무기 사용을 상정한 핵작전 시나리오 훈련을 하기로 했다.
북, 올 5번 ICBM 폭주…트럼프 집권 때 핵보유국 용인 꿈꾸나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임석해 김명수 합참의장의 상황 보고를 받고 “우리 영토와 국민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즉시 압도적으로 대응하라”며 “이를 위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굳건하게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활용해 한·미·일의 공동 대응을 적극 추진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존 아퀼리노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북한 ICBM 발사 징후를 사전에 탐지했으며 한·미·일이 이틀 전에 함정을 움직여 탄도미사일 방어 태세를 강화했다고 밝혔다고 일본 교도통신은 전했다. 다만 연말 가동 예정인 한·미·일 탄도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는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3국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는 최종 검증 단계에 있다”며 “수일 내에 정상 가동하기 위해 3국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의 의미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내년 11월 미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내년 대선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후 예상되는 협상에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과 같은 핵보유국 용인을 받기 위해 북한이 올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후보자는 지난 7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이 현재 환경에서 미국과의 외교에 더 이상 관심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캠벨 후보자는 또 “미국이 북한과 외교적 관여를 한 것은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회담(2018년 싱가포르, 2019년 베트남 하노이)”이라면서 “이 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은 미국이 북한과 접촉하기 위해 사용했던 모든 노력을 거부했다”고 소개했다.
반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선거 유세에서 “그는 이 행정부(바이든 행정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원장은 “북한은 내년 미국 대선과 한국의 총선(4월) 등 정치 일정을 활용해 도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