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9년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했다. 이후 영업점과 경제연구실, 마케팅부, 홍보실 등을 두루 거쳤다. 경쟁이 치열한 여의도에서 ‘시인’이라는 ‘부캐(부캐릭터)’를 고수하긴 쉽지 않았다. 이번 시집은 1996년 첫 번째 시집 『저녁 바다로 멀어지다』를 펴낸 이후 27년 만이다.
시집 『내가 너에게 있는 이유』는 총 4부로 68편을 담았다. 특히 그가 퇴직 후의 심경과 현대인들의 쓸쓸한 삶을 반추한 게 특징이다.
문학평론가 임지훈은 ‘시 해설’을 통해 “(이 시집은) 도시의 밤을 수놓는 혼자만의 불빛과 반짝이는 술잔들을 닮았다”고 평했다. 이어 “이희주의 시적 화자는 혼자라는 사실을 오래도록 곱씹고 있다. 그 속에는 과거의 후회도 있고 현재의 상심도 있으며 미래가 되길 바라는 희망도 스며들어 있다”며 “세상에 삿된 깨달음을 진리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다만, 그와 같이 스스로 번민하고 고뇌하며 함께 슬퍼하는 사람은 드물고 귀할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시인으로 돌아온 이 전 전무는 “하이데거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듯 언어를 다루는 시인들은 시를 통해 독자들에게 당신은 그저 그런 ‘존재자’가 아니라 소중하고 귀한 ‘존재’ 그 자체임을 일깨워주는 사람들”이라면서 “이번 시집이 외롭고 힘든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