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현충원으로 수근이를 만나러 가려다가도 용기가 나지 않아 중간에 발을 돌린 날도 있었다”며 “대원 모두 평범하게 남들처럼 군 복무를 했을 뿐인데 왜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서로를 기억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A씨는 전역한 뒤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했다.
A씨는 “명목상 임 전 사단장에게 제가 겪고 있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의 피해에 대해 업무상과실의 책임을 묻고자 고소를 한 것이지만, 제가 정말 바랐던 것은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해 온 해병대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구의 압력으로 안전장비 하나 없이 물에 들어가는 무리한 수색이 진행된 것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수근이의 목숨을 앗아간 그 황당한 지시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쉬쉬하고, 숨기고,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해병대에서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걸 지켜만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A씨는 “그런데 사단장은 진술서에서 저를 맹비난했다”며 “제가 수근이의 고귀한 희생을 폄훼하는 명예훼손을 했다고 써놨다”고 지적했다.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사고를 조사하다 항명 등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관련 재판에서 자신은 ‘물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188쪽 분량의 진술서를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했다.
A씨는 “(나는) 우리의 피땀을 왜 사단장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엉뚱한 방법으로 동원하다가 소중한 전우를 잃게 만들었는지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라고 했다.
또 “사고가 난 날은 사단장이 시찰하러 온다고 다들 긴장해있었던 날”이라며 “그런 날 대놓고 사단장의 명령을 어기고 무리하고 위험하게 작전을 수행하는 대대장이 존재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A씨는 “제가 자신을 고소한 것이 국민을 선동하고, 지휘권을 와해시키는 이적행위이고 북한의 사이버 공격의 한 형태라던데, 제가 북한의 지령이라도 받고 일부러 사단장을 고소한 것이냐”며 “지휘권을 우습게 만들고, 군인의 사기를 떨어뜨리며,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은 제가 아니라 임 전 사단장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A씨는 “이 사람이 제가 사랑했던 해병대를 그만 우스꽝스럽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