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는 지난 시즌 3위에 올랐다. 그러나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리카드를 상위권 팀으로 꼽은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에이스 나경복과 세터 황승빈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 외국인 선수도 마테이 콕(슬로베니아)으로 바뀌었다. 지난 시즌 주전 선수 7명 중 리베로 오재성만 남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카드는 올 시즌 11승 4패를 거두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우리카드를 이끄는 건 외국인 선수 마테이와 김지한 '쌍포'다. 마테이가 득점 3위, 김지한이 7위다. 특히 김지한은 아웃사이드 히터로 리시브까지 척척 해낸다. 그러면서도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221점을 올렸다. 13일 우리카드 훈련장인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만난 김지한은 "나도 우리 팀이 이 정도로 잘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중위권을 예상했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우리 팀 모든 선수가 자기 역할을 잘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2017년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김지한은 군 복무를 마친 뒤 한국전력을 거쳐 지난해 우리카드에 입단했다. 우리카드 이적 2년 차인 그는 실력과 외모를 겸비해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홈 장충체육관에는 '김지한 세트'를 판매하고, 올스타 투표 V-스타 아웃사이드 히터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지한은 "팀내 외모 순위는 내가 1위인 것 같다. V리그에선 10위 안에 드는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토끼띠로 토끼의 해를 보내는 김지한은 "많은 팬들이 올해가 나의 해가 됐으면 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많은 것들을 이룬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남자배구의 인기는 최근 몇 년 사이 여자배구에 추월당했다. 국제 경쟁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자배구가 두 차례나 올림픽 4강(2012 런던, 2020 도쿄)에 올랐지만, 남자배구는 번번이 예선에서 탈락했다. 올림픽에 출전한 건 신진식·김세진이 뛰었던 2000년 시드니 대회가 마지막이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선수들이 부쩍 성장하면서 예전의 인기를 되찾고 있다. 특히 2017년 19세 이하 세계선수권에서 4강 신화를 쓴 1999년생 임동혁(대한항공)·임성진(한국전력)·박경민(현대캐피탈) 등의 성장이 괄목할 만하다. 팬들은 1999년생인 이들을 '99즈'로 부르기도 한다. 김지한 역시 '99즈'의 일원이다. 그래서 등 번호도 99번으로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