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1명에 '좀비마약' 4826장을…펜타닐 처방한 의사, 결국

중앙일보

입력 2023.12.13 16:24

수정 2023.12.1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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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을 환자 한명에게 대량으로 불법 처방한 혐의를 받는 의사들이 1심에서 각각 실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전경.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1-3부(부장 김미경·허경무·김정곤)는 13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마약) 등 혐의로 기소된 가정의학과 의사 신모(59)씨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650여만원을, 정형외과 의사 임모(42)씨에겐 벌금 5000만원과 추징금 79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사로서 책임감을 갖고 마약 등 향정신성 의약품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했어야 했다"면서 "의사의 지위를 이용해 오랜 기간 여러 사람을 상대로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 채 마약 등 약물을 처방해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허리디스크가 있다", "다른 병원에서 (계속) 처방받아 왔다"는 말만 듣고 환자 한 명에게 펜타닐 패치를 대량 처방해 줬다는 것이다.  
 
신씨는 2020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임씨는 2021년 6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환자 김모씨에게 업무 외 목적으로 펜타닐 패치제 4826매와 686매를 각각 불법 처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펜타닐은 약효가 모르핀의 100배, 헤로인의 50배에 달하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다. 중독성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아 말기 암 환자 등 극심한 통증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펜타닐의 치사량은 0.002g에 불과하지만, 신씨가 김씨에게 처방한 펜타닐 패치는 권고량 기준 40년 치에 달하며 4만538명의 치사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씨는 환자에게 무분별하게 펜타닐을 처방한 의사 중 첫 구속 사례로 꼽힌다. 그는 불법 촬영 혐의로도 재판을 받았고 이날 10년간 신상정보 등록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함께 명령받았다.  
 
재판부는 또 펜타닐 판매 등 혐의로 집행유예 기간 중 펜타닐을 불법 처방받아 매수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환자 김씨에게는 집행유예 판결 확정 전 범죄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판결 확정 후 범죄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과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와 1억1900만여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김씨는임 씨로부터 처방받은 펜타닐 패치 중 124.5매를 판매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4월 기소돼 같은 해 7월 집행유예가 확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