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통계는 널리 자리 잡은 생각, 즉 ‘정수장에서 내보내는 물이 아무리 깨끗해도 먼 거리에 여러 단계로 깔린 낡은 수도관을 통해 외부 오염 물질이 섞이거나 관 내벽에 침착된 이물질이 녹아들게 마련’이라는 통념에 근거가 희박함을 보여준다.
간혹 오해가 사실을 덮는다. 건강 관련 사안에서는 종종 그런다. 서울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이 음용수로 적합하다는 사실은 생활에 널리 스며들지 못했다. 서울에서 수돗물을 마시는 비율은 37%에 그친다. 환경부가 2021년에 전국적으로 조사한 결과다.
불신은 비용, 신뢰는 자산이다. 정문술 미래산업 창업자는 “서울로 이사 온 뒤 30여년간 줄곧 수돗물을 마시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아름다운 경영』(2004년)에서 “만에 하나 내가 수돗물을 먹다가 몹쓸 병에라도 걸려 죽게 된다면 ‘이 땅의 신뢰 회복을 위한 순교’라고 생각하고 명예롭게 여길 것”이라고 했다. 필자도 수돗물을 마신다.
신뢰 확보를 위한 무료 수질검사는 지금도 제공된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100만 수용가를 대상으로 검사해준다는 계획을 지난 6월 발표했다. 올해 11월까지 약 21만 곳이 적합 판정을 받았다. 2026년 아리수 음용 비율 목표는 50%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