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은 줄었는데, 대출 이자가 폭등해 살림살이에 그늘을 드리웠다.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요약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2727만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3.7% 줄었다. 가계 자산이 감소세로 돌아선 건 2012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조사 기간인 2022년 3월부터 2023년 3월까지 흐름이다 보니 실물 자산인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많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현금 흐름도 팍팍하다. 가구당 소득은 6762만원으로 1년 전보다 4.5% 늘었다. 하지만 세금과 연금,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 비(非) 소비지출(1280만원)이 8.1% 급증했다. 비소비지출은 씀씀이를 줄이기 어려워 ‘숨만 쉬어도’ 나가는 지출로 분류된다.
비소비지출은 1년 전에도 5.6% 늘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세금이 비소비지출의 상승세를 이끌었다면, 현 정부 들어선 고금리 추세가 비소비지출을 이끌고 있다. 단적으로 비소비지출 중에서도 대출 상환액 등 이자비용(247만원)이 1년 전보다 18.3% 폭증했다. 비소비지출 증가율 가운데 가장 높았다. 2012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승 폭이다. 이자비용이 비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3%였다. 1년 전보다 1.7%포인트 늘었다.
그러다보니 금융 부채를 가진 가구 중 67.6%가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금융부채 보유 가구 인식 조사)고 응답했다. 비중이 3.2%포인트 늘었다. 5.5%는 "가계부채 상환이 불가능할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1년 전보다 0.8%포인트 늘었다. 금융 부채를 가진 가구 중 7.2%가 "지난 1년 중 원금 상환 또는 이자 납부 기일을 못 지킨 적이 있다"고 답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공적연금·사회보험료 지출(433만원)이 전년 대비 8.2% 늘면서 세금(416만원)을 제치고 지출항목 1위로 올라섰다. 이자비용에 이어, 가구 간 이전으로 141만원을 각각 지출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5482만원이었다. 가구가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1년 전보다 3.7% 늘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소득 증가 폭(4.5%)에는 못 미친다. 고물가 상황에서 내수를 살리려면 처분가능소득이 늘어야 한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장은 “고금리 추세에 따른 이자비용 상승이 가처분소득과 소비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빈부 격차는 다소 완화했다. 지난해 지니 계수는 0.324로 전년 대비 0.005포인트 감소했다. 지니 계수는 0~1 사이 값으로 매기는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소득 5분위 배율도 5.76배로 전년 대비 0.07배 포인트 내렸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소득 5분위(상위 20%) 평균 소득을 하위 1분위(하위 20%)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클수록 소득 분배 정도가 나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