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명리·관상학자인 방산(芳山) 노상진 선생이 지난 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명리학에서는 사람이 태어날 때 사주팔자(四柱八字)로 운명이 결정된다고 믿는다. 사주는 연월일시 네개 기둥이고, 여덟 글자 팔자에는 그 사람의 기질부터 생김새·건강·인연·두뇌·복 등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한다. 흔히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는 사주가 같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시(時)에는 엄연히 태어난 순서, 시간 차이가 있다. 결국 다른 팔자로 산다고 한다.
책 '운명에 만약은 없다' 방산 노상진
우리 모두 저마다 다른 팔자로 살아
주어진 천성 찾고 노력도 해야 성공
-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노력은 필요 없지 않나.
- “틀렸다. 목적지로 가는 길에 집채만 한 바위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포기하지 않고 옆길로 돌아서 가는 게 바로 ‘노력’이다. 노력은 운명에 정해진 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다. 아무리 재물운을 갖고 태어났다고 해도 놀기만 하면 돈을 모으지 못한다. 기회가 언제 올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 공부를 멀리했던 친구가 더 성공할 수도 있는데.
- “성공은 때와 환경·노력 등 삼합의 결과물이다. 이 중 하나라도 틀어지면 안 된다. 분명 보지 못한 친구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또 공부가 아닌 천성에 잘 부합하는 직업을 본능적으로 찾아갔을 거다. 가령 본인이 직접 사업은 못 하더라도 중개역할로 돈을 벌 수도 있다.”
방산 선생은 지난달 신간『운명에 만약은 없다』(쌤앤파커스)를 냈다. 책에서 사주는 가족이라는 인연을 만나고 직업을 갖고 생장소멸을 겪는 과정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진정한 사명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사주풀이는 ‘앞으로 당할 일을 모른다’고 겁주는 게 아니라 운명이 정해준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면 절망에 빠지거나 삶을 포기하려는 순간에 희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방산 명리론’이다.
- ‘운명에 만약은 없다’는 말이 절망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 “‘운명이 정해져 있다’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대부분 당황한다. 현재 처한 어려운 상황이 마치 영원할 것 같아서다. 그리고는 좌절한다. 하지만 운은 늘 흐르고 있다. 길흉화복(吉凶禍福) 역시 고정된 게 아니다.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말은 시간을 딱 잘라 지금에 한정돼 있지 않음을 이해해야 한다. 정해진 운명을 어떻게 살 것인지 성찰하는 게 중요하다.”
- 좋은 운명과 나쁜 운명이 따로 있는 건가.
- “운명은 흔히 도로와 자동차로 비유한다. 운(運)은 명(命)이라는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와 같다. 살다 보면 뻥 뚫린 고속도로도 만나고 포트홀도 만난다. 운이 ‘좋다’‘나쁘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운명의 좋고 나쁨은 없다. 단지 내 운명과 남의 운명이 다를 뿐이다.”
- 운명에 변수가 없나.
- “변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변화하는 세 가지 후천적인 요소가 있다. 바로 직업과 시기(때)·노력이다. 다만 이 변수 또한 운명에 내재해 있어 내 안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평범한 운명이 노력으로 재벌 운명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 요즘 사주를 풀이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많다.
- “교과서처럼 평면적인 풀이다. 사주를 풀어 보다 정확히 해석하려면 직관도 필요하다. (앱은) 입체적으로 보지 못한다. 재미 삼아 보는 거야 상관없으나 맹신하면 독이 될 수 있다.”
한편 방산 선생은 제산(霽山) 박재현(1935~2000) 선생 제자다. 제산 선생은 사주와 관상을 통해 정·재계 많은 인사에게 자문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산 선생은 사주 명리학에 관상학을 접목해 주목받았다. 저서로는『돈 많은 얼굴 건강한 얼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