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료업계의 소식을 전하는 중국화학비료망(fert.cn)은 지난 1일 “지난달 24일 관련 회의에서 중눙(中農), 중화(中化) 등 15개 주요 상업 비축·무역 기업이 2024년 요소 수출 총량이 94만4000t을 초과하지 않는 데 동의하는 2024년 요소 수출 자율 협의(사실상 제한)를 했다”고 밝혔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의 요소(상품 분류코드 31021000) 수출량은 339만4514t을 기록했다. 중국 업계가 정한 내년도 요소 수출 총량 94만4000t은 올해 10월까지의 수출량보다 70% 이상 줄어든 27.8%에 불과하다.
비료망은 또 “최근 요소 수출을 전면 제한한다는 소문이 또 나왔는데 2024년 1분기까지 수출을 불허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알아본 바에 따르면 현재 일부 항구에서는 수출 증빙 서류를 가지고도 수출할 수 없고, 화물이 항구에 쌓여 있으며, 항구 화물이 회수되는 현상까지 등장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국산 요소의 수입은 내년 1분기는 물론 2024년 말까지 크게 줄어들어, 산업용 요소의 91.8%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의 원료 수급에 지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5일 정부에 따르면 차량용(산업용) 요소는 국내 재고와 베트남 등에서의 수입 예정분 등을 합쳐 약 3개월치를 확보했다. 대부분 롯데정밀화학 등 요소 관련 기업이 보유했거나 향후 들여올 물량이다. 정부가 실질적으로 쥐고 있는 건 조달청에서 확보한 6000t 정도다. 조달청 관계자는 “현재 가진 게 3000t이고, 나머지 3000t은 구매 계약을 체결해 곧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로 들여온 산업용 요소는 약 29만t이다. 이 중 차량용 수요는 하루 200t(연간 8만t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자체 보유한 비축 물량은 전체 수입분의 2% 안팎, 차량용에 대입하면 한 달치 정도에 불과하다. 자체 보관 장소가 마땅치 않은 데다 “오래 두면 수분을 머금어 쓰기 어려워 최대 6개월 이상 갖고 있을 수 없다”(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지만, 국내 공급망을 안정시키기엔 턱없이 적다.
이 때문에 정부도 4일 민관 합동 회의를 열고 조달청을 통한 요소 공공 비축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67%로 떨어졌던 대중 수입 의존도(수입액 기준)가 올해 1~10월 90%로 늘어나는 동안 싼값에 미리 확보할 기회를 놓쳤다. 앞서 세웠던 비축 계획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조달청의 비축자금 집행 계획상 2024~2025년 차량용 요소 신규 확보는 ‘0’으로 잡혀 있다.
요소 업계 관계자는 “대체 수입선을 찾아도 중국산보다 비싸니까 결국 손해를 떠안거나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전가해야 한다”며 “2년 전 요소수 대란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