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마자 나간 자리 관료 3명, 학계 전문가 기용
진영·학연 떠나 더 폭넓게 발탁해야 국정 동력 회복
이번 개각은 총선에 출마하려는 장관들을 내보내기 위해 진행된 측면이 강하다. 어제 인선에서도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 총선 출마자들의 빈자리를 메꾼 경우가 많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수도권 등에서 크게 패한 탓에 차출이 불가피하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정책 책임자들이 동시에 썰물처럼 선거판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 심지어 임명된 지 두 달밖에 안 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여당에서 차출을 요구한다는데, 부처 수장이나 대통령실이 총선 경력 쌓기용이냐는 지적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왕 하는 개각이라면 국정 운영을 쇄신하겠다는 의지가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 햇수로 곧 3년 차에 접어드는 윤 대통령이 처한 여건은 녹록지 않다. 물가와 가계부채 등 경제난이 심각한데도 거대 야당과의 강대강 대치 속에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 법안 처리가 꽉 막혀 있다. 새만금 잼버리 난맥에 이어 부산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드러난 정보 역량 부족 및 소통 부재, 정부 전산망 중단 등 해이해진 공직 사회의 실상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국정 운영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지 않고선 30%대에 갇힌 국정 운영 지지율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어제 인선에선 정통 관료나 전문가를 발탁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인사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여성이 절반인 세 명에 달했다. 외부에서 아주 새로운 인물을 발탁하기보다 관료 출신 3명 등 실용적 인사로 총선까지 정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취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대통령실 개편과 개각에서 ‘내부 돌려막기’ 양상은 사라지지 않았고, 향후 하마평을 보면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거나 검사·기재부 출신 주축의 중용 기류가 재연될 소지가 있다.
추가 개각에서 국민에게 신선한 기대를 안기려면 윤 대통령이 진영과 학연, 세대를 뛰어넘어 과감하게 인재를 발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용산의 눈치만 보며 낙점받으려는 이들은 물리고, 민생 현장의 호소와 정권에 마음을 돌린 이들의 불만 등을 가감 없이 전달해 줄 새 피를 핵심 요직에 수혈해야 한다. 국정 운영 기조가 바뀌었다는 신호가 뚜렷할 때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 국가적 과제의 추진에도 동력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