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이중 불법 대선자금 6억원, 뇌물 7000만원에 대한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장기간에 걸쳐 인허가를 매개로 금품 수수를 통해 밀착해 유착한 일련의 부패 범죄”라며 “뿌리 깊은 부패의 고리는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우롱하고 주민의 이익과 지방행정의 공공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병폐”라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은 ‘대장동 의혹’에 대한 여러 재판 가운데 첫 판결이었다. 이재명 대표 또한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사업의 배임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부원장 사건에 이 대표가 직접 연루된 건 아니지만, 사건 개요 및 관련 증인·참고인 등이 상당 부분 겹쳐있어 이 대표 사건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 대표가 그간 김 전 부원장에 대해 “뜻을 함께하는 벗이자 분신(分身) 같은 사람”(2019년 12월),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한다”(2021년 10월)고 말했던 터라, 이날 재판부가 김 전 부원장의 부패혐의를 인정한 것은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여권은 즉각 이 대표를 겨냥한 공세에 나섰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판결로 인해 깨끗하고 공정해야 할 대선 과정이 검은돈과 유착관계를 맺었다는 의심은 사실로 밝혀졌다”며 “이 대표는 최측근들이 줄줄이 연루된 것만으로도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최측근에게 징역 5년 선고”라며 “민주당, 이제는 법원을 욕할 겁니까? 그동안 검찰공화국이라 비판했는데 앞으로는 법원공화국이라고 할 겁니까?”라고 꼬집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대한민국은 지방자치단체 공직자가 지자체 개발 사업과 관련해 거액의 뇌물과 불법자금을 받으면 감옥에 가야 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 지도부의 한 친(親)이재명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번 판결은 겨우 1심에 불과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비(非)이재명계 일각에서 “이 대표 입지를 좁히고 흔드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것”이라거나 “비극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당 지도부는 “이걸 빌미로 이 대표를 흔들려는 시도가 당내 공감을 받거나 확산할 가능성은 0%”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아직 재판이 끝난 게 아니어서 좀 더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 대표는 또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 대표에 대해 “당장 일주일에 며칠씩 법원에 가는데 ‘이런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은 당연히 함 직하다”고 언급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