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총괄의 행보는 거침없고 자유롭다. “카카오를 과감하게 고쳐 달라”는 30년 지기 김범수 창업자가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모셔온 사람이란 걸 모두가 안다. 네이버 초기 멤버인 그는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 경영자로 지내다 지난해부턴 김 창업자가 설립한 사회공헌재단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도 겸하고 있다. 카카오 외부감시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의 유일한 사내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카카오 쇄신 과정에서 잡음을 없애기 위해 자신은 무보수로 일한다고도 강조한다.
실추된 이미지, 최악의 악은
김 총괄은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폭로를 삼성전자의 1995년 ‘애니콜 화형식’에 빗댔다. 휴대전화 불량률이 치솟자,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당시 이건희 회장이 애니콜 15만대를 박살낸 사건이다. 김 총괄은 카카오에도 이 같은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폭로전이 카카오에 독 아닌 득이 되려면 쇄신의 주체가 중요하다. 외부에서 온 김 총괄이 SNS 폭로전에 나서기 전까지, 카카오 최고 경영진이나 김 창업자는 그간 왜 아무 말이 없었나.
사실 문제의 본질은 카카오의 무사안일주의 자체다. 김 총괄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카카오의 방만 경영 책임은 피할 수 없다. 회사의 곳간이 새고 있단 사실을 김 창업자가 알고도 방치한 책임도 크다. 내부 통제·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경영진을 감시·감독했어야 할 이사회의 존재가 무색하다. 경영진이 수습할 일을 미뤄두다, ‘칼춤 춰줄 망나니’를 외주로 불러온 격이다. 내부의 고름을 외부로 터뜨린 김 총괄을 탓하기도 어려운 이유다. 방치해온 건 결국 카카오다.
이번 폭로전으로 카카오는 ‘스스로는 문제해결이 불가능한 조직’임을 대외 인증한 꼴이 됐다. 카카오 관계자들은 김 총괄을 ‘외부인’이라 부른다. 김 총괄도 본인이 언제든 카카오를 떠날 수 있다고, 무보수니 빚진 것이 없다는 기색을 공공연히 드러낸다. 마지막 칼춤이 끝나고 나면, 그 다음은? 물음표가 남는다. 카카오가 진정한 쇄신을 이루려면 ‘안으로부터의’ 반성이 절실하다. 경영 일선에 다시 뛰어든 김 창업자도 30년 지기에 수술대를 맡기는 응급 요법에 기대선 안 된다. 카카오를 보며 한때 유행했던 어린이 학습지 CM송 가사를 떠올린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우리는 척척척, 스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