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오웰은 1936~1937년 스페인 내전에 좌파 의용군으로 참가했다. 전선에서 총알이 목을 관통하는 중상을 입었으나, 공산당이 장악한 바르셀로나로 돌아온 뒤엔 통일노동자당 소속이란 이유로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됐다. 그런 혁명의 환희와 좌절이 『동물농장』에 담겼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북 콘서트에서 최강욱 전 의원이 이 책을 거론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의아했던 건 이런 까닭이다. 민주당 강경파는 이 우화에서 뭘 읽었단 말인가.
‘암컷’이란 표현이 부각됐지만, 무서운 건 그 아래 깔린 세계관이다. 선거마다 집권 세력이 바뀌는 시대지만, 민주당 강경파에게 민주주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군사독재’를 ‘검찰독재’가 대신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윤석열 정권은 총선에서 조금만 유리한 결과가 나와도 계엄을 선포하고 독재를 강화하려고 할 것”(김용민)이란 뜬금없는 전망도 그런 인식의 발로다.
그들의 세계관에선 검찰에 맞서는 민주당은 ‘절대 선(善)’이 된다.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니 최 전 의원 징계 결정엔 “민주당 지지자 노릇 하기 참 힘든 날”(컨설턴트 박시영)이란 불만을, 당내 탄핵 신중론엔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있다”(민형배)는 비난을 터뜨리는 거다.
끝으로 한마디 더. ‘암컷’ 발언에도 오류가 있다. 최 전 의원의 호언과 달리 『동물농장』에 암컷이 여럿 등장한다. 암말(馬) ‘몰리’는 혁명을 도모하던 동물들에게 “반란 이후에도 설탕이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소설엔 ‘우둔한 질문’으로 소개됐지만, 현실 사회주의가 맞닥뜨린 핵심 난제였다. 독재자 돼지들에 가장 용감하게 맞선 이들도 암탉이었다. 식량난에 달걀을 모두 내놓으라는 통보를 받은 암탉들은 “이건 병아리 살해 행위”라고 항의하며 서까래로 날아올라 고공농성을 벌였다. 돼지들이 주동자 암탉을 처형할 때 내건 명분은 ‘적과의 내통’이었다. 이 역시 민주당 어디선가 자주 들리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