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5자로 새긴 역사…광개토왕비 탁본, 프랑스 도서관서 발견

중앙일보

입력 2023.11.23 09:30

수정 2023.11.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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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광개토왕(재위 391∼412)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을 탁본한 자료가 프랑스 한 도서관에서 새로 확인됐다. 
 

광개토왕비 북면 탑본 작업 모습. 1910년대 후반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리건판 자료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연합뉴스

 
23일 학계에 따르면 박대재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오는 24일(현지시간) 프랑스 고등학술기관인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열리는 학회에서 새로운 광개토왕비 탁본을 소개한다. 
 
광개토왕비는 414년쯤 중국 지린(吉林)성지안(集安)에 세워진 비석이다. 아들인 장수왕(재위 413∼491)이 부친의 능을 조성하면서 높이 6.39m에 이르는 비석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비석으로 여겨지며 총 4개 면에 1775자가 새겨져 있다. 
 
박 교수가 찾은 탁본은 그간 콜레주 드 프랑스의 아시아학회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던 자료다. 1917년 5월 11일 자 학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 탁본은 ‘게티 여사가 기증했다’고 돼 있는데, 그간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광개토왕비 탁본과 혼동해 조명받지 못했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탁본은 프랑스의 동양학자 에두아르 샤반(1865~1918)이 수집한 자료로 ‘샤반 본(本)’으로 불려왔다. 아시아학회 측은 최근에야 또 다른 탁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개토왕비 옛 모습. 민속학자 석남 송석하(1904~1948)가 수집한 사진 자료. 사진 국립민속박물관=연합뉴스

 
박 교수에 따르면 광개토왕비 탁본은 총 4장으로 구성돼 있다. 가로 37∼38㎝, 세로 63∼67㎝의 종이를 여러 장 이어 붙여 비석 면에 새긴 글자를 찍어냈으며, 총 4면 가운데 3번째 면을 제외한 1면, 2면(중복), 4면이 확인됐다.
 
그는 “제3면이 빠지고 제2면이 중복된 이유는 알 수 없다”면서 “다만 중복된 2장은 접지방식과 먹색이 동일한 점을 고려하면 동시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탁본이 1907년 입수한 ‘샤반 본(本)’보다는 늦은 시기에 제작된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지금까지 알려진 (광개토왕비) 탁본 가운데 유일하게 같은 시기에 제작된 복본(複本)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매우 희귀한 가치를 지닌 자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