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 또 공자가 뜰에 있을 적에 백어가 허리를 굽히고 그 앞을 지나가려니 “너는 예(禮)를 배웠느냐”고 물었다. 백어가 “아직 배우지 못했다”고 아뢰었더니 공자는 “사람이 예를 배우지 못하면 바로 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백어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은 이 두 가지가 전부였다. 진항은 기뻐하며 말했다.
군자는 자기 자식에게 성화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빗나가는 이유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성화가 지나치기 때문이다. 내가 어려서 고향을 떠나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니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시는데 아버지는 반가운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잠결에 아버지가 내 몸을 쓰다듬으며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이렇게 컸어.” 아버지는 그렇게 자식이 잘 때 사랑하셨다. 그것이 내가 느낀 부정(父情)의 전부다.
지금 한국사회는 학교 교육이 무너졌다. 가정도 무너졌고, 아버지가 실종됐다. 어른들 말씀에 따르면 자식은 잠들었을 때 사랑하는 것이라 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그런 말이 없었지만, 아버지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씀을 한 번도 못 들은 것이 가슴에 맺힌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