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신혼여행⑧인도네시아 발리
서핑을 즐기기 좋은 파도를 가진 발리 해변. 어디서든 쉽게 서핑 스쿨을 찾을 수 있다. 사진 김은덕, 백종민
아내의 여행
발리 곳곳에서 전통 마사지를 경험할 수 있다. 세심한 손길로 여행자의 피로를 풀어준다. 사진 김은덕, 백종민
한국에서 발리 한 달 살기를 꿈꾸며 매일 요가로 아침을 맞는 내 모습을 상상했었다. 내가 드나든 체육관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요가 수업을 진행했는데, 솔직히 첫인상은 실망이었다. 누가 봐도 헬스장에서 구색을 갖추려 만든 수업 같았다. 요가 선생님은 한눈에 봐도 환갑은 돼 보였다. 게다가 한국 요가원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배불뚝이였다. ‘종민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몸매로 무슨 요가를 가르친단 말인가’ 싶어, 월 4만 원의 수강료가 아까울 정도였다.
발리 사누르 한 체육관에서 요가를 수련하며 매일 아침을 보냈다. '한 달 살기'였기 때문에 가능한 경험이었다. 사진 김은덕, 백종민
오전 요가 수업 후에는 ‘와룽 크리스나’란 이름의 로컬 식당을 즐겨 찾았다. 우리 돈으로 2000원이면 인도네시아식 백반인 ‘나시 짬뿌르(NasiCampur)’나 볶음면인 ‘미고렝(MieGoreng)’을 사먹을 수 있었다. 참고로 발리에서 식당을 찾을 때 주의사항이 하나 있다. 에어컨이 있는 식당이 두 배 이상 비싼 값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더위에 약한 여행자는 대개 에어컨이 있는 식당부터 찾게 되지만, 더위에 익숙한 현지인은 에어컨이 없는 식당을 더 선호한다. 땀이 많은 종민은 매번 ‘에어컨!’을 외쳤지만, 나는 꿋꿋하게 현지식당으로 그를 끌고 갔다. 저렴해서만은 아니다. 개성 있는 지역 음식을 맛보려면 당연히 현지인들이 모이는 식당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것이야말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한 달 살기’의 본령이 아니던가.
김은덕 think-things@naver.com
꼬들꼬들한 면발과 달달하면서 짭짤한 소스가 일품인 인도네시아식 볶음면 미고렝. 사진 김은덕, 백종민
남편의 여행
연꽃과 사원 풍경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우붓 사라스와띠 사원. 사진 김은덕, 백종민
발리는 면적(약 5780㎢)만 놓고 봐도 제주도보다 3배가 크다. ‘같은 섬 맞나’ 싶을 정도로 지역에 따라 식생과 날씨의 차이가 크다. 발리 한 달 살기에 앞서, 지역 선정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꾸따 비치는 수심이 낮은 모래 해변이라 초보 서퍼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서핑 후에는 가까운 비치 클럽에서 저녁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사진 김은덕, 백종민
반면 ‘I 성향(내향성)’들엔 우붓이 어울린다. 발리가 시끌벅적한 동남아 휴양지와 차별되는 점이 바로 이 조용한 시골 마을 때문이다. 해변을 등지고 섬 내부로 1시간가량 들어가면 하얀 파도 대신 싱그러움이 출렁대는 들판과 정글이 나타난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자연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도시의 소음에 지친 이들이 힐링을 위해 찾아오는 우붓에선 명상‧요가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성스러운 물’이란 뜻의 띠르따 엄뿔 사원을 찾아 몸을 담그고 기도하는 여행자들. 사진 김은덕, 백종민
발리를 찾는 한국인 여행자들은 대개 섬 남쪽 끄트머리의 꾸따‧누사두아(Nusadua) 그리고 우붓 정도만 보고 돌아온다. 그 큰 섬의 발끝만 누리고 온다는 게 아쉽지 않은가. 요즘 우리는 발리 지도를 펼쳐 놓고 더 깊숙한 내륙으로 들어가 보는 꿈을 꾸고 있다.
백종민 alejandrobaek@gmail.com
발리 한 달 살기 여행정보
일하다가 고개만 들어도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발리 카페. 워케이션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섬이다. 사진 김은덕, 백종민
날씨 : 건기 추천(4~10월)
언어 : 인도네시아어 (대부분의 관광지에서 영어 통용)
물가 : 에어컨 유무에 따라 두 배 이상 차이 남
숙소 : 500달러 이상(수영장이 딸린 집 전체, 사누르 지역)
여행작가 부부 김은덕, 백종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