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작가는 “사회주의가 망한 뒤 자본주의가 이 세상의 유일한 이데올로기가 되면서 돈은 더 막강해졌다”며 “인간은 어째서 돈에 그렇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가를 소설로 쓰고자 했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운동권 출신의 인권 변호사 이태하와 그 선배 한지섭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조 작가는 “군부독재를 밀어내고 민주화를 이룬 게 운동권 출신들”이라며 “당시 운동권이 그 초심을 지켰다면 그야말로 국민을 위한 세상이 됐을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제가 『태백산맥』을 쓰고 있을 때 응원해 주던 그 사람들에게 제가 거는 정치적 기대이기도 했는데 그렇게는 안 됐죠. 결국 권력욕으로 인해 변질하는 것, 그게 인간의 속성입니다. (캐릭터를 만들 때) 특정 인물을 모델로 둔 것은 아니지만, 흔히 운동권에서 보아왔던 누구쯤으로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
등단 53년 차인 조정래는 작가로서의 마지막을 준비 중이다. 그는 “차기작은 인생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며 “불교적 세계관을 토대로 내세에 대한 작품을 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고민을 담은 작품을 쓰고 싶다. 6년 안에 출간하는 것이 목표”라면서다.
올해 여든이 된 그는 “왼쪽 귀가 안 들리고 하루 3시간 이상 책을 읽기 어려울 만큼 체력이 약해졌지만, 정신만은 또렷하다. 하루에 많게는 원고지 20장씩 썼다”며 “다시 태어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소설을 쓸 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이걸 쓴다고 뭐가 바뀔까.’ 하지만 바뀌지 않아도 써야 합니다. 그래도 노력하는 게 작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