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끼리 맞붙은 한일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꺾은 건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의 4-3 승리가 마지막이다. 2017년 제1회 APBC 예선(7-8)부터 이날 제2회 대회 결승(0-7)까지 8연패가 이어졌다. 그러나 24세 이하 혹은 프로 3년 차 이하 선수들로 구성된 이번 대표팀은 일본과 두 차례 대등한 승부를 펼쳐 확연한 성장세를 보였다. 만원(4만2300명)에 가까운 4만1883명의 관중이 몰린 도쿄돔에서 아시아 최강 일본 대표팀과 마지막까지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역전패라 더 아쉽지만, 경기 내용은 양 팀 다 정말 좋았다. 한국과 일본 선수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경기였다"며 "일본 야구와 한국 야구의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지 않나. 이번 대회를 통해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기본기를 잘 지킨다면 (국제대회에서)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또 "경기 후 잠시 선수단 미팅을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이번 대회까지 모두 '수고했다'고 했고, 12월에도 쉬지 말고 다음 시즌을 대비해 몸을 잘 만들라고 당부했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일본 야구를 더 열심히 분석해서 공략법을 찾아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결승전 선발로 내세운 이마이 다쓰야는 올 시즌 세이부 라이언스에서 10승 5패,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한 에이스다. 최고 구속이 시속 159㎞에 달한다. 그러나 한국은 3회 1사 1·2루에서 4번 타자 노시환의 선제 2타점 적시 2루타로 먼저 리드를 잡았다. 한국 선발 곽빈도 5이닝 동안 5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일본 타선을 막아내 이마이(4이닝 2실점 1자책점)보다 더 좋은 투구를 했다.
곽빈은 "일본 타자들이 내 직구를 너무 잘 쳐서 (아시아 최강의) 벽을 느꼈다"면서도 "3회가 끝난 뒤 밸런스가 잡혀서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투수들도 직접 보고, 타자들도 상대해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불펜 최지민의 역투도 빛났다. 최지민은 8회 1사 1·2루 위기에 구원 등판해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1과 3분의 2이닝을 무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2-2 스코어를 지켜냈다.
최지민은 "점수를 주면 바로 질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최대한 실점하지 않으려고 집중했다. 그 생각이 좋은 투구로 이어진 것 같다"며 "잠실 만원 관중보다 훨씬 많은 4만 관중 앞에서 투구하는 건 처음이었다. 색다르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고 했다.
희비는 결국 연장 10회 승부치기에서 갈렸다. 한국은 10회 초 2사 3루에서 윤동희의 적시타로 1점을 뽑았지만, 10회 말 2사 만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맞아 역전패했다. 8년 만의 한일전 승리를 꿈꿨을 만큼 잘 싸웠기에 더 아쉬운 패배였다.
대회 기간 내내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정해영은 "마지막 경기 마무리를 잘 못해 정말 아쉽다. 당분간 계속 생각날 것 같다"며 "4만 명 넘는 일본 관중 사이에 한국 팬들도 많이 와주셔서 큰 힘이 됐다. 그래서 더 이겨보고 싶어서 집중했는데, 결과가 정말 아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