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석방을 중재 중인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는 19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질 협상이 타결될 것이란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며 "인계 방식 등 매우 사소한 문제들만 남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도하에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며칠 동안 (합의에) 진전이 있었다"며 이렇게 밝혔다. 또 보렐 대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중단"을 촉구했다.
한편 하마스를 궤멸시킨 이후 가자기구를 어떻게 통치할지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PA)에 통치권을 이양해야 한다는 미국과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이스라엘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바이든 ‘4대 원칙’ 공개 천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하마스가 파멸적 이념에 매달리는 한 휴전은 평화가 아니다”라며 이스라엘의 '하마스 궤멸 작전' 자체에는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전쟁 이후 상황에 대해선 이스라엘과 의견이 달랐다.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뒤 2007년 내전을 통해 PA를 서안지구로 몰아낸 하마스를 축출하는 데까지는 동의하지만, 하마스를 축출낸 뒤에는 가자와 서안지구에 대한 팔레스타인 민간 정부의 자치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시 ‘거부’ 시사한 네타냐후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에 또 다시 이견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PA는 가자지구에 대한 책임을 넘겨받을 능력이 없다”며 “가자지구에 테러를 지지하고 장려하며 가르치는 민간 당국을 둘 수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전후계획에 이견을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자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은 이스라엘 내 일부 강경파의 입장과 유사하다.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론을 지속하는 배경은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하면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상황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강경론 때문에 미국 및 서방이 이스라엘을 지원할 명분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지지율 하락 속 대내외 압박
네타냐후 총리는 특히 “전시 내각은 (국제사회의)가자지구 연료 반입 요청을 만장일치로 승인했고, (이 때문에)미국이 중요한 무기와 방어용 장비를 지속해서 보내고 있다”며 미국의 지속적 지원을 받기 위한 인도적 조치가 불가피함을 피력하기도 했다.
'교전 중지+인질 석방' 협상 진행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대내외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질 석방을 위한 일시적인 교전 중단 협의가 진행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이스라엘과 미국이 하마스와 5일간 교전을 중지하는 대신 여성과 어린이 인질 수십명을 석방하는 합의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애초 WP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했다가 백악관 측의 설명 뒤 협상 타결에 근접했다는 취지로 기사를 변경했다.
WP에 따르면 양 측이 논의 중인 합의 조건은 인질 240여명 중 50명 가량을 24시간마다 석방하는 대신, 그 기간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반입하는 것이다. 이 조건에 따르면 최소 5일간 전투 작전을 중단하게 된다.
반면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이 양측간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시 교전 중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새벽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가자지구로 납치해간 인질들의 석방을 위해 카타르의 중재로 하마스와 협상을 벌여왔다.
앞서 미국인 2명, 이스라엘인 2명 등 모두 4명이 풀려났지만 약 240명 가량이 아직 하마스에 붙잡혀 있다.
특히 이스라엘군의 가자 지구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크게 늘고 전력난, 식수 부족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되자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휴전 또는 일시적 교전 중지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도 협상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타결이 임박했다’는 보도에 대해 “잘못된 보도이고, 지금까지 어떤 협상도 타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부에 대한 지상군 작전 개시를 예고했다. 가자 남부에는 북부에 있던 팔레스타인 주민 수십만 명이 피난해 있다. 남부 지역으로 전선이 확대될 경우 민간인 피해가 확대되면서 인질 석방을 위한 국제사회의 교전 중단 압박이 보다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