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BC는 한국·일본·대만·호주 4개국 유망주가 겨루는 국가대항전이다. KBO·일본야구기구·중화직업봉구대련맹·호주야구연맹이 공동 주최한다. 우승 상금은 2000만엔(약 1억7216만원), 준우승 상금은 500만엔(약 4304만원)이다. 각국 국가대표급 유망주들에게 국제대회 경험을 주려고 만든 대회라 24세 이하 또는 프로 3년 차 이하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
한국은 지난 3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호주전에서 7-8로 졌다. WBC 조기 탈락으로 이어진, 뼈아픈 패배였다. 최정예 멤버가 출전한 대회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호주에 패해 충격을 안았다. 그러나 프로 저연차 유망주들이 나선 이번 대회에서는 다른 결과를 냈다. 국제대회 첫 경기에서 호주를 만나면 패하는 불운의 징크스도 끊어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참 힘든 경기를 한 것 같다. 선발 문동주가 잘 던져줬고, 노시환이 값진 끝내기 결승타를 쳐서 기쁘다"며 "불펜투수 최지민, 최승용과 마무리투수 정해영도 경기 후반 접전 상황과 승부치기를 잘 막아줬다. 여러 선수의 좋은 플레이 덕에 승리했다"고 총평했다.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된 노시환은 "상대 투수 제구가 너무 좋아 초구부터 원하는 공이 들어오면 (배트를) 돌리려고 준비했다. 다행히 실투가 들어와 끝내기 안타가 됐다"며 "국제대회에 나오면 정말 쉬운 상대가 없다는 걸 다시 느꼈다. 첫 경기를 어떻게 끝내느냐가 정말 중요했는데, 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국 선발투수 문동주는 5와 3분의 2이닝 2실점으로 역투했다. 삼진 5개를 잡았지만, 볼넷은 4개로 평소보다 많았다. 1회 초 선두타자 리암 스펜스에게 내준 볼넷이 선취점으로 이어졌고, 6회 초 선두타자 알렉스 홀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추가실점했다.
문동주는 "오랜만에 등판해서 그런지 경기 감각도 떨어지고 무척 힘들었다. 6회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투아웃에서) 내려와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그래도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못 이겼지만, 팀이 이겨서 좋다"고 했다.
야수들의 투지도 빛났다. 3루수로 나선 김도영은 연장 승부치기 10회 초 수비에서 바운드된 땅볼 타구에 얼굴을 맞고도 침착하게 2루로 던져 더블 플레이를 엮어냈다. 우익수 윤동희는 두 차례 호수비로 투수들의 어깨에 힘을 실었다.
김도영은 "초반에 득점 기회를 많이 날려서 팀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래도 8회 말 동점으로 이어지는 2루타도 치고, 수비도 잘 돼서 다행이었다"며 "소위 '될놈될(될 놈은 된다)'이라고 하지 않나. 동료 선수들도 '몸을 희생해서 병살을 만들어냈다'고 다들 반겨주더라"고 웃어 보였다.
결과적으로 승리하긴 했지만, 남은 대회 기간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았다. 한국은 출전국 중 가장 약체로 꼽히는 호주를 상대로 경기 막판까지 진땀을 흘렸다. 3회 무사 1·2루, 4회 2사 2루, 5회 1사 1·2루, 7회 1사 1·2루 등 중요한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애를 먹었다. 노시환도 "경기 내내 타격이 잘 안 풀려서 선수들 모두 답답했던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류 감독은 "국제대회에선 처음 보는 투수를 상대하는데, 젊은 선수들이라 초반에 타이밍을 잘 못 잡은 것 같다. 다음 경기에선 타순에 변화를 좀 주려고 한다"며 "최근 국제대회에서 한국 야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수들이 (한 수 위의) 일본전 등을 통해 경험을 쌓으면서 많은 걸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17일 오후 7시 일본과 예선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왼손 이의리가 선발투수로 나서고, 일본은 세이부 라이언스에서 뛰고 있는 왼손 투수 스미다 지히로(24)를 내보낸다. 류 감독은 "일본에 왼손 타자가 많다. 우리나라 최고 좌완 중 한 명인 이의리가 잘 막아주리라고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