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나왔던 김정자 할머니, 82세 최고령 수험생 됐다

중앙일보

입력 2023.11.16 11:52

수정 2023.11.1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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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수험생 김정자 할머니가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일성여중고 학우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입실하고 있다. 연합뉴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정자(82) 할머니가 16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수험생이 됐다.

 
김 할머니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일성여중·고 학우들의 열띤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향했다.
 
김 할머니는 교문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젊은 학생들 각자가 3년 동안 배운 실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인생을 걸고 있는 날인데 학생 모두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고 우리나라를 앞으로 짊어지고 나갈 새 일꾼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1941년생인 김 할머니는 일본에서 태어나 광복 이후 경남 마산으로 건너왔다.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들어갈 즈음에 한국전쟁이 터졌고, 전쟁 후에는 어려운 형편에 8남매의 맏딸이라는 이유로 공부하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자식을 다 키워낸 뒤 평생 한이 됐던 공부를 다시 하기 위해 만학도가 됐다. 이름 석 자도 제대로 쓸 줄 몰랐던 김 할머니는 이제는 한글을 배운 것은 물론 시 한 편 써낼 정도의 작문 실력도 갖게 됐다. 김 할머니는 미국에 사는 손주들과 '프리 토킹'을 위해 '영문학과 진학'이라는 꿈도 갖게 됐다고 한다.
 

2019년 10월 9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정자 할머니. 사진 방송화면 캡처

김 할머니의 사연은 4년 전 '유퀴즈' 출연을 통해 조명받았다. 김 할머니는 "한글 배우고 수업받는 게 너무 좋다. 내 인생이 바뀌어 버렸다"며 "모든 것이 다 즐겁고 하나하나 아는 게 눈을 떴으니까 그래서 좋다"고 말했다. 당시 양원주부학교에 다녔던 김 할머니는 "허리가 굽어서 잘 못 걸어서 6시 30분 되면 집에서 나와야 한다"며 등굣길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내 인생을 살아온 거 보면 꿈만 같고 이제 와서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내 인생에 공부만 생각하고 있다"며 "건강이 허락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졸업장을 두 개 더 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렇게 뒤늦게 고등학교까지 진학한 김 할머니는 5년 동안 결석 한번 없이 공부에 매진한 끝에 2024학년도 수능을 치르게 됐다.
 
김 할머니의 반가운 근황에 네티즌들은 "진짜 멋있다" "울컥한다" "정말 멋지고 의미있는 인생을 산다" 등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