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은 이마트가 정확히 30년 전 국내 최초의 대형 할인점인 도봉구 창동점을 연 날이다. 지난 9일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직원들에게 “과거 30년의 영광을 뒤로하고, 새로운 30년을 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지난 9월 취임 이후 첫 공식 석상 메시지로 위기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한동안 중단한 신규 점포 출점을 재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프라인 외형 성장의 기반을 다지면서 온라인 배송 거점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라며 “내년부터 최소 5개의 점포 부지를 확보할 계획이며, 구체적 시기나 지역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이 찾을 만한 ‘재밌는 공간’ 필요
덩치도 줄었다. 트레이더스를 포함한 매장 수는 2020년 160개까지 늘었지만 올 상반기 기준 154개로 줄었다. 한 해 최대 14개 점포를 출점(2001년)하던 과거와 대비된다. 심지어 본점 격이던 서울 성수점마저 지난 4월 오픈 22년 만에 폐점했다. 업계는 한 대표가 신규 출점을 강조한 것을 두고 움츠러들던 최근 수년에 대한 반성인 동시에 외형 성장을 통한 위기 돌파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본다.
내부 리더십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1위 마트로 자리 잡은 뒤 다른 데 눈길을 돌리고 본업에 집중하지 못했다”며 “2021년 3조4000억원에 인수한 G마켓 역시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월마트는 최저가라는 콘셉트를 지키면서 드라이브 스루, 무제한 배송 등 서비스 개선으로 편의성을 높인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월마트 주가는 최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면서(11월 10일 166.19달러) 유통 공룡으로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 제품 개발에도 힘 쏟아야”
전문가들은 체험과 쇼핑의 재미를 줄 수 있는 오프라인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용구 교수는 “자녀가 있는 3인 이상 가구가 일주일에 두세번 찾을 만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실험은 이미 시작됐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과 만화 카페 등을 더한 ‘이마트 더타운몰 3호점 킨텍스점’은 리뉴얼 이후 월매출이 전년 대비 20% 늘었다. 이마트·이마트24(편의점)·이마트에브리데이(슈퍼마켓) 등 3사의 통합 소싱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이미 내놨다. G마켓은 SSG닷컴과 통합하기보다 초개인화 맞춤형 쇼핑 서비스를 내세우고, SSG닷컴은 프리미엄 온라인몰로 특화하겠다는 전략도 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공간 리뉴얼과 함께 마트의 본질인 제품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쿠팡·네이버에는 없지만, 이마트에 가면 살 수 있는 자체 브랜드 제품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