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기상청에 따르면, 11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평년보다 7도 이상 낮은 -1.9도를 기록했다. 바람까지 거세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이보다 낮은 -4.4도까지 떨어졌다. 지난 4일 아침 최저기온(14.1도)과 비교하면 일주일 만에 기온이 15도 이상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기온이 급변한 것은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한반도 북쪽에 쌓여 있던 강한 냉기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록적인 고온 현상을 보이던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이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북극 온난화는 한반도를 비롯한 북반구의 겨울철 기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북극이 달궈질수록 극지방의 냉기를 가두는 제트기류가 뱀이 구불거리며 움직이는 것처럼 사행(蛇行)하면서 북반구 곳곳이 이상 한파에 시달린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북극이 뜨거워지면서 남북의 온도 차이가 점점 줄어들어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블로킹 현상(대기의 동서 흐름이 막히는 현상)이 강해지고 날씨가 정체되면서 찬 공기가 내려오는 지역에서는 극단적인 추위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0년에는 북극 해빙 면적이 10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작았을 정도로 북극에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듬해 1월 제주에 역대 처음으로 한파경보가 발령되는 등 극심한 추위가 한반도를 덮쳤다. 지난해 12월에도 이른바 ‘북극 한파’로 불리는 혹독한 추위를 겪었다. 북극이 더워질수록 한국은 추워지는 이른바 ‘온난화의 역설’이다.
북극의 온난화와 엘니뇨가 맞물리면서 기온 널뛰기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상청은 최근 발표한 ‘3개월 기상 전망’에서 12~1월 평균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일시적으로 강한 한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주홍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북극 한기는 이미 우리나라 북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조금만 힘을 받으면 언제든 내려올 수 있다”면서도 “엘니뇨가 발달기에 있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긴 추위가 올 것이라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