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여행을 떠나 단체 사진을 찍는다. 배경부터 포즈, 밝기와 자세까지 모든 게 완벽하지만 딱 한 가지, 내 얼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 이런 일도 옛말이 된다. AI가 찡그린 얼굴이나 감긴 눈,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얼굴까지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바꿔주기 때문이다. 터치 한 번이면 스마트폰에서 촬영된 다른 멀쩡한 사진에서 얼굴 모양을 가져와 그대로 바꿔 붙일 수 있다. 지난달 4일(현지시간) 구글이 공개한 새로운 스마트폰 픽셀8 시리즈에 탑재된 ‘베스트 테이크(best take)’ 기능이다.
AI폰 출시…애플은 10억 달러 베팅
초거대 AI 챗봇 챗GPT가 쏘아올린 AI 열풍이 마침내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기기로 불리는 스마트폰으로 들어온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공개할 갤럭시S24 시리즈를 시작으로 생성형 AI 서비스를 대거 탑재한다. 애플 역시 자체 iOS18에 생성형 AI를 넣기 위해 자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훈련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내년 가을 출시될 아이폰16부터 AI가 본격 구현된다. 애플은 경쟁사를 압도하기 위해 생성형 AI 프로젝트에 연간 10억 달러(약 1조3200억원)를 투자한다.
안드로이드 교과서, 픽셀8
다만 픽셀8 시리즈는 이번에도 한국 시장에 출시되지 않는다. 동맹인 삼성전자와 관계를 고려해서다. 그럼에도 픽셀8 시리즈에 구현된 AI 기능을 살펴보면 내년 갤럭시S24 시리즈에 담길 AI 서비스의 방향성을 추측해볼 수 있다. 구글은 이미 한국과 유사한 일본 시장에서 픽셀8 시리즈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에 돌입했다. AI를 활용해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기능 등 모든 광고 컨셉이 생성형 AI 서비스와 연관된 내용이다.
카메라로 1초만에 번역
이에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AI 난투의 핵심 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프라바카르 라가반 구글 수석부사장은 “다음 시대의 키보드는 카메라”라며 “구글의 증강현실 앱인 ‘구글 렌즈’를 사용해 매달 80억 개에 달하는 질문과 답변이 나온다”고 말했다.
AI는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음성 대화의 언어 장벽마저 뛰어넘는다. 외국어로 얘기해도 스마트폰에 내장된 AI가 이를 영어로 자동 번역해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이 구현됐다. 기존 번역 서비스와 비교해 접근성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셈이다. 삼성이 이달 예고한 갤럭시 AI의 실시간 통역 통화 기능 역시 같은 방식의 연장선에 있다.
“번역·사진 넘어…근본적 서비스로 판 흔들어라”
구글 픽셀8 시리즈에 AI 챗봇 바드가 적용된 ‘구글 어시스턴트 위드 바드’가 탑재됐던 것처럼 갤럭시S24에서도 AI 비서 ‘빅스비’와 생성형 AI가 결합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부에서 픽셀8 시리즈에 탑재된 텐서 G3 칩셋을 생산하는 등 ‘반(反)애플 연합’ 핵심 플레이어로 활동 중이다. 반(反)애플 연합의 또 다른 거물, 퀄컴의 스냅드래곤 8 3세대 역시 생성형 AI를 감안해 설계됐다. 해당 칩셋은 엑시노스와 함께 갤럭시S24 시리즈에 병행해 탑재된다.
문제는 서비스 차별화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를 구현한 서비스가 기존 기능을 단순히 보완하는 정도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판을 만들어야만 비로소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통번역 지원이나 사진을 예쁘게 고쳐주는 형태라면 솔직히 애플과의 차별화에는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특정 기기를 사용해야만 경험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독보적 AI 서비스를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