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시험에 7번 떨어진 공시생, 직장 상사의 괴롭힘에 시달리는 직장인,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아가는 워킹맘….
지난 3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 나오는 입원 환자들의 면모다. “우리 모두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서 있는 경계인들”이라는 주인공 대사처럼 드라마가 담아낸 정신질환자의 평범한 이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정신질환자는 385만 명(2022년 기준)에 이른다.
이 드라마를 자문한 오지훈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예상할 수 없는 병”이라고 말한다. 오 교수를 지난 7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병동은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된 곳이다.
드라마 자문 교수가 말하는 정신병동이란
어떤 환자가 주로 입원할까. 그는 “극단적 선택 관련 사고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문제”라며 “입원하는 환자 범위는 굉장히 다양하다”고 답했다. 오 교수는 “청소년도 (입원을 위해) 굉장히 많이 온다. 그들이 오는 이유는 우울감이나 또래 집단에서 겪는 어려움 등 성인과 다르지 않다”며 “다만 청소년은 극단적인 사고나 자해 행동이 성인보다 조금 더 충동적”이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해·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을 찾은 환자 다섯명 중 한명 정도(18.2%)는 10대였다.
드라마에선 조울증 환자 치료를 위해 보호자 2명의 동의를 어렵게 얻는 장면도 나온다.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려면 2명 이상의 보호 의무자 신청과 서로 다른 병원에 소속된 2명 이상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 등이 필요하다. 오 교수는 “(이 때문에) 특히 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를 선제적으로 입원시키는 게 굉장히 어렵다”며 “인권도 중요하지만, 자해·타해 위험이 현저히 있는 환자를 먼저 입원시켜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의학계 의견”이라고 전했다.
“결국 치료는 사람이…조언보다 공감을”
그래서 정신질환은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치료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오 교수는 “열이 40도까지 올라 펄펄 끓는데 차가운 생각을 하라고 해서 열이 내리지 않는다”라며 “(정신질환자라면) 전문의 치료와 적절한 약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언제든 정신질환을 앓거나 보호자가 될 수 있기에 오 교수는 이렇게 당부한다.
“결국 진정한 치료는 사람이 합니다.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이 있다면 같이 있어 주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섣부른 조언 대신 그들 마음에 공감해주세요.”